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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 시계추 정책의 사회적 비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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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 시계추 정책의 사회적 비용

입력
2001.12.0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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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계추 정책 (stop-gopolicy)’이라는 것이 있다. 영국에서 보수당과 노동당의 정권교체가 빈번하게 일어나던 때에 국정운영의 비효율을 빗대서 정치학자들이 지어낸 말이다.시계추 정책이란 정책이 일관된 방향으로 나가는 것이 아니고 마치 시계추가 진자운동을 하듯 정책이 왔다 갔다 하는 것을 말한다.

예를 들어 노동당이 정권을 잡으면 재정지출을 확대하고 고용증대를 이루는데 주력한다. 하지만 보수당이 집권하면 정책방향이 급선회하여 긴축재정을 실시하고 민영화와 금융정책을 통해 경제를 운용한다. 이러한 시계추 정책은 적응을 위한 사회적 비용을 요구한다.

정부정책 잦은 급선회

최근 우리 사회에는 교육인적자원부를 둘러싼 시계추 정책이 눈길을 끌었다.

먼저 수능시험의 난이도가 시계추처럼 왔다 갔다 해서 수험생들이 울상을 짓고 있다. 교육부 총리가 사과까지 했지만 교육부를 원망하는 마음이 쉽게 가실 것 같지는 않다. 정책의 불신으로 내년 수능을 대비하는 수험생들이 지불해야 하는 사회적 비용 또한 엄청나다.

다른 하나는 한나라당이 교원정년 연장안의 본회의 상정을 연기한 것이다.

힘겹게 통과된 개혁정책이 다시 시계추 정책처럼 선회할 위기에 놓였다가 부정적인 여론이 우세해 철회되었다.

만약 야당이 수의 논리로 이를 표결처리 했다면 정책은 시계추처럼 방향을 선회했을 것이다. 그러면 정책의 일관성은 확보되지 못하고 불확실성에 따른 사회적 비용만 가중시켰을 것이다.

정책은 진화한다. 마치 나무가 가지를 치고 잎을 펼쳐 나가듯 정책은 기본방향이 결정되면 시간이 경과하면서 일정한 방향으로 발전해 나간다. 아무리 터무니없는 정책이라도 사람들은 시간의 흐름에 따라 나름대로의 합리성을 갖고 이에 적응해 나간다.

나무가 종종 비바람을 맞아 가지가 부러지기도 하고 벌레 먹어 썩기도 하는 것처럼 정책의 모순도 종종 발견되어서 가지치기를 당하곤 한다.

하지만 큰 가지 하나를 성큼 잘라 버리면 나무는 균형을 잃어 조금만 바람이 불어도 뿌리채 뽑히는것처럼, 정책도 큰 줄기를 쳐내리면 심각한 불균형의 문제를 야기한다.

국민의 정부에 들어와서 많은 개혁을 추진했다. 어떤 개혁은 지나치게 성급하게 큰 줄기를 쳐낸 것도 있다. 그런 개혁정책은 뜻은 좋지만 집행과정에서 많은 어려움을 겪었다.

의약분업, 교육개혁, 의료보험통합, 재벌개혁, 구조조정, 대북정책 등이 모두 그랬다. 방향을 바꾸고 균형을 깬다는 것이 이처럼 어렵다.

지난 몇 년간 개혁정책으로 정책이 기존의 방향을 급선회하는 과정에서 기업이나 정부 모두 이에 대응하기 위해 안간힘을 쓰면서 비용을 지불하고 이제 겨우 균형을 찾는 것처럼 보인다.

일관성·비용 측면서 손해

이제 내년 대선을 앞두고 여기 저기에서 새로운 정책을 구상하고 있다. 많은 사람들은 정권이 바뀌면 당연히 새롭게 판을 짜야 한다고 믿고 있다.

하지만 시계추 정책의 예에서 보듯이 정책을 다시 원점으로 돌리려거나 새로운 개혁을 찾으려는 시도는 새로운 사회적 비용을 요구한다.

영국도 이제는 시계추 정책을 운영하지 않는다. 블레어 총리가 제 3의 길을 이야기하면서 보수당 정권의 시장중시 정책을 수용하는 것을 보지 않았는가.

박정희 정권이나 전두환 정권의 정책이 효율적이었던 것처럼 보이는 것도 정권이 장기간 지속되었고 그 결과로 정책의 일관성이 유지되었다는 사실 때문이다. 민주화 이후 대통령 단임제와 정권의 잦은 교체는 시계추 정책의 양산을 초래했다.

이전 정권에서 수립한 정책을 원점으로 돌리려고 하는 생각은 이제 버려야 한다. 정책의 참신성 보다 일관성에 보다 주목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 정치적 이해득실 보다는 장기적 국가비전을 갖고 정책을 운영해 나가야 한다.

대통령이 바뀔 때마다 시계추 정책을 양산하면 국민들은 이에 적응하기 위해 또 새로운 사회적 비용을 감당해야 하기 때문이다.

/염재호 고려대 행정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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