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에게 물이 아니면 죽음을 달라”충남 서천군 판교면 일대가 농업용수는물론 식수마저 고갈되면서 주민들이 물 기근에 시달리고 있어 대책마련이 요구되고 있다.
최근 3년 사이 지하수가 고갈된 이 곳 마을 주민들은 닷새에 한 번 꼴로 빨래를 하고 밥 지을 물이 부족해 인근 지역에서 물을 날라서 먹고 있다.
김장철을 맞아 물이 더 필요해지면서 비나 눈이라도 오는 날이면 주민들은 한 방울의 물이라도 더 받기 위해 처마 밑에 양동이를 가져다 놓을 정도가 됐다.
판교면 상좌리 가재울 마을은 지하수가 완전히 고갈돼 인근 지역 대형 관정에서 물을 끌어와 간이 상수장에 물을 저장해 사용하고 있지만 이 마저 2년 전부터 바닥을 드러내면서 식수공급이 안돼 하루하루 물 전쟁을 치르고 있었다.
태성마을 역시 대부분 주민들이 밥 짓는 물만 근근히 공급 받고 있을 뿐 빨래 등 생활용수는 감히 생각치도 못할 만큼 물 기근에 시달려 이제 마을을 떠나겠다는 사람들마저 생겨나고 있다.
판교면 일부 지역이 이처럼 물 기근에 시달리는 이유는 지형상 고지대에 위치해 지하수맥층이 얇은데다 가뭄이 극심해지면서 인근 저지대 지역에서 관정을 많이 파고 있기 때문이다.
인근 저수지에서 농업용수를 공급 받기 위해서는 양수기, 호스 등 물을 뽑아올릴 장비가 대량으로 필요하다. 하지만 생활이 넉넉치 못한 판교면 주민들은 지난 가을에도 장비를 갖추지 못해 충남도내에서 가장 큰 피해를 입을 수 밖에 없었다.
주민들의 피해가 속출하지만 관계당국은 예산부족이란 이유로 수수방관하고 있다. 최근 농업관련 예산이 전반적으로 삭감되면서 정부가 올해 여름 가뭄대책 일환으로 약속했던 각종 지원책도 전혀 이행되고 있지 않다.
가슴을 태우는 주민들은 가뭄마다 되풀이되는 물부족 현상을 근본적으로 해결하기 위해서는 관계당국의 세심한 배려가 필요하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주민들이 요구하는 대책은 인근 보령댐에서 송수관을 연결해 물을 공급 받을 수 있게 하거나 인근 저수지 준설과 함께 양수기와 송수용 호스를 지원하고 대형 관정을 설치하는 것이다.
주민 박복순씨(63·판교면 상좌2리)는 “전국적으로 서천지역은 가뭄에 대한 피해가 심각한 수준에 이르고 있으나 가뭄대책을 위한 정부지원이 이루어지지 않아 주민불편이 가중되고 있는 실정”이라며 “물기근 현상을 근본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정부와 지자체의 관심과 노력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박노찬 뉴스서천 편집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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