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고의 전자회사 소니가 내년 디지털 위성방송 출범을 앞두고 최근 삼성전자의 가전부문 북미총괄 책임자를 소니 코리아㈜ 영업총괄 대표이사 사장으로 전격 영입했다.본격적인 국내시장 공략을 위해 플레이어(player)를 누른 것이다. 소니의 ‘삼성 맨’ 영입은 전자 업계에 일대 사건으로 꼽힌다. 기술력과 정보유출에 예민한 전자업계의 높은 벽을 처음 허문 사례기 때문이다.
소니가 경쟁업체인 삼성의 불편한 심기를 잘 추스리며 스카우트를 성공적으로 이루기까지는장병석(張炳錫ㆍ62) 소니 코리아㈜회장의 역할이 컸다.
장 회장은 “소니가 한국시장에서 세계 명성에 걸 맞는 브랜드력을 지키기 위해선 우수한 현지인력을 채용하는 것이 당연지사”라며 “삼성측과의 논란은 불가피 했지만 한국 전자산업을 대승적으로 발전시키자는 차원에서 동의를 이끌어낼 수 있었던 것이 다행”이라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국내에서 누구보다‘소니의 실체’에 근접해있는 인물로 꼽히는 장 회장은 전 세계 소니 본사조직에서 손꼽는 3명의 외국인 이사급 임원 중 한 명. 그만큼 소니 조직에서 그의 위상은 높다.
장 회장이 의심 많기로 유명한 일본 조직사회에서 그만한 신뢰감을 이끌어낼 수 있었던 배경은 무엇일까.
그는 1975년 경남마산에 위치한 소니의 국내 자회사 한국동양통신산업㈜에 입사하며 소니와 첫 인연을 맺었다.
제조부문 책임을 맡은 뒤 TV 튜너 등 꾸준한 부품 개발노력이품질 개선과 매출증대로 이어지면서 소니 본사의 인정을 받기 시작했다.
이를 계기로 한국동양통신산업과 소니의 또 다른 자회사 한국SOWA를 합병하는 중대 임무를 맡았다. 당시만해도 ‘소니’라는 브랜드 명 조차 내놓기를 꺼려하던 본사를 끈기 있게 설득해 합병 회사명을 한국 소니전자㈜로 명명,이 땅에 처음 ‘소니’를 탄생시켰다.
그 후 한국소니전자 사장으로 9년간 뛰어난 경영수완을 발휘하며 명성을 날렸다.
소니전자는 마산 수출자유무역지대에서 매년 25%의 성장률을 기록했으며 지난 해에는 국내에 진출한 외국기업 중 매출(100% 수출) 3위에 올랐다. 국내에서 만든 DVD와 오디오 컴포넌트부품은 정밀도가 뛰어나 유럽에까지 알려질 정도다.
이같은 성과로 장 회장은 지난 해 본사 창사 이래 외국인 중 처음으로 ‘최우수 경영상’을 수상했다.
‘믿음(信), 사랑(愛), 화합(和)’을 기업경영의 근본으로 삼고 있는 장 회장은 강성노조로 유명한 마산ㆍ창원지역에서도 소문난 노사분쟁의 조율사로 꼽힌다.
한국소니전자가 창사이래 단 한 차례의 노사분규가 없었다는 점만 봐도 그의 수완과 친화력을 알 수 있다.
장 회장은 소니 코리아의 비전을 ‘고객만족’으로 설명한다. “한국시장에서 무작정 시장점유율만 높이려 하지는 않을 겁니다.
소니 코리아가 일본기업이 아닌 토착기업으로 인식되기 위해선 끊임 없는 고객 서비스가 무엇보다 중요하죠.
진정한 서비스는 나와 고객을 동일시 하는데서 나온다고 봅니다.” 한국 소니 1세대는 성실과정직, 그리고 끊임없는 고객서비스를 강조했다.
장병석 소니코리아㈜ 회장은 “사용하면할수록 더 만족감을 주는 제품을 만드는 것이 소니의 기업정신”이라고 강조했다./김재현 기자
장학만기자
local@hk.co.kr
■어떤 회사
주머니 속에 오디오를 넣고 다닐 수 있게 한 ‘워크맨’의 신화에서부터 환상적인 게임환경을 제공하는 ‘플레이 스테이션’에 이르기까지 소니 브랜드는 이제 지구촌 최고의 가전메이커로 자리매김했다.
창업주인 모리타 아키오(盛田昭夫)씨는1946년 일본 도쿄의 허름한 뒷골목에서 소니의 전신 ‘도쿄통신 공업사’를 설립해 세계적인 가전 음향ㆍ엔터테인먼트 그룹으로 키웠다.
국내에서는 11년 전인 1990년 2월 소니 인터내셔널 코리아가 설립됐다.
소니코리아는 마산수출자유지역에 위치한 한국동양통신공업㈜와 한국SOWA㈜ 등 국내 계열 3사와 TV튜너 등 각종 가전제품에 필요한 주요 제품 제조에 주력, 설립 3년만에 수출1,000만불 탑상을 수상했다.
1995년부터 본격적인 소비자 시장에서 영업을 시작한 이 회사는 지난 해 4월 소니 코리아(www.sony.co.kr/www.sonystyle.co.kr)로 사명을 변경하고 디지털 시대를 맞아 기술력을 바탕으로 한 휴대용 컴퓨터 ‘바이오’를비롯, 메모리 스틱을 이용한 디지털 카메라와 디지털 비디오 카메라, 디지털 방송장비 DVCAM 등 다양한 제품을 선보이고 있다.
직원 수는 320명, 지난 해 말 매출은 5,966억원. 신입사원 채용은 수시모집.(02)6001-4000,4114
■장병석회장은 어떤사람
출생 1938년 충남 공주
학력 한양대 공대 전기공학과 졸 (1962)/ 경남대 명예경영학박사 (2001)
경력 한국동양통신공업㈜ 대표이사(1989)/ 한국SOWA㈜대표이사 사장(1992)/ 마산수출자유지역기업협회장ㆍ경남무역상사협회장/ 소니 인터내셔널 코리아㈜ 대표이사 회장(1999)/ 소니 코리아㈜ 회장취임(2000.2)/ 소니 그룹 한국대표(2001.3)
취미 골프ㆍ산책ㆍ사진촬영
경영철학 ‘행복추구’
추천서 ‘내가 죽을 때 누가 울어줄까’ (로빈 샤르마 저)
소니 제품 중 제일 아끼는 제품: 핸디 캠코더
가족 교사 출신의 부인과 2남
■나의 키워드
▽'개인의 창의성이 충분히 발휘될 수 있는 조직문화가 힘이다.’
소니의 창업정신은 ‘다른 기업과 같은일을 하고 같은 제품을 만들어서는 안 된다’는 점 이라고 강조하는 장 회장은 경영의 첫 목표를 기술력에서 찾는다.
그가 엔지니어 출신이기 때문만은 아니다.
장 회장은 “소비자들이 보다편리하게 사용할 수 있는 기능을 추가하기 위해선 막대한 개발비용을 투입하는 것도 망설이지 않을 만한 개인의 열정과 각오가 있을 때 비로소 조직전체가 살아날 수 있다”고 말했다.
▽‘불치하문(不恥下問)’
장 회장은 남을 설득할 때 가장 기본적인 자세로 정직과 성실을 꼽는다. 일단자기 자신에 진실하지 않고는 남을 설득할 수도 없다는 논리다.
자신이 모르는 부분에 대해선 아무리 아래 직원들이라도 물어 배우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그는 역설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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