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일 ‘엽기적인 그녀’의 DVD를 시장에 내놓을 스타맥스. 올 7월 관련 조직을 정비하며 DVD사업에 뛰어들었고 11월 ‘지옥의 묵시록’을 출시한 바 있다. 그러나 ‘엽기적인 그녀’야말로 국내 DVD타이틀 제작사로서 스타맥스가 시장에 본격적으로 진입함을 알리는 신호탄이다.DVD시장의 규모가 확대되고 국내영화가 잇달아 흥행에 성공하자, 본격적으로 DVD소프트웨어 시장에 뛰어드는 국내 업체들이 늘어나고 있다. CJ엔터테인먼트가 10월 ‘글래디에이터’로 합류했고, VHS비디오를 출시하던 엔터원과 영유통도 2002년 상반기에 DVD사업을 시작할 계획이다.
국내 DVD타이틀 제작사로는 이미 스펙트럼, 비트윈, 다음미디어, SRE코퍼레이션, 씨넥서스 등이 있으나, 이들은 콜럼비아트라이스타, 워너브라더스, 21세기폭스, 브에나비스타, 파라마운트 등 외국직배 메이저들의 기세에 눌려 있었다.
백카탈로그 작품이 풍부한 외국 직배 메이저가 적게 잡아도 국내 시장의 70%를 점유하고 있는 것으로 업계는 내다보고 있다. 하지만 ‘엽기적인 그녀’처럼 흥행에 성공한 영화를 확보한 국내 DVD제작사가 등장함으로써 시장판도의 변화가 예고되고 있다.
국내 업체들은 덩치나 콘텐츠 확보에서 외국직배사에 밀린다. 스타맥스의 최재식 팀장은 “최근 외국영화보다 국내영화에 더 많은 관객이 몰린다는 점이 국내제작사가 외국메이저에 대해 갖는 강점”이라고 말한다.
그러나 국내영화의 판권을 안정적으로 보유한 업체도 없다. ‘신라의 달밤’을 VHS비디오와 DVD를 출시한 곳은 20세기폭스였다.
덩치에서도 콘텐츠 확보에서도 외국 직배메이저에 불리한 국내업체들이 DVD사업에 뛰어들고 있는 것은 DVD시장 자체가 매력적이기 때문이다. 하드웨어나 소프트웨어 양 부문에서 DVD시장은 가파른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관련업계는 2000년 8만대에서 그친 DVD플레이어의 보급률이 2001년 30만대로 약 4배 가까이 늘어난 것으로 추정한다. 2003년에는 전체가구 중 8~9%가 DVD플레이어를 보유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DVD타이틀도 많아졌다.
2000년 말까지 출시된 타이틀의 수는 620편. 여기에 올 한 해 동안 약 800편이 새롭게 추가된다. 판매량도 2000년 98만 장에서 2001년에는 200만 장으로 늘어날 것으로 추정된다. 또 올 한 해만 보더라도 시장의 급성장을 확인할 수 있다. 콜롬비아트라이스타의 경우만 보더라도 올 상반기 54편을 선보였으나 하반기에는 84편으로 늘었다.
올 하반기 출시되는 대작을 보면 DVD타이틀의 수요도 급증하고 있다. 10월 9일 출시된 ‘대부 콜렉션’의 첫 주문량은 1만 4,000장. ‘글래디에이터’(10월 25일 출시)는 2만 장, ‘스타워즈 에피소드 1:보이지않는 위험’(11월 8일 출시)은 2만 5,000장, 7일 출시될 ‘진주만’(브에나비스타)은 3만 장으로, 시간이 지날수록 기록이 경신되고 있다. ‘엽기적인 그녀’도 1만 장으로 흥행 DVD타이틀 대열에 낄 것으로 보인다.
부가영상물(서플)에도 한글자막을 의무화한 영상물등급위원회의 결정도 국내 DVD시장이 성장했고 그만큼 소비자의 목소리가 커졌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콜롬비아트라이스타의 이상도 이사는 “올 상반기까지도 볼 만한 DVD타이틀이 없다는 불만이 있었으나 소비자가 늘어 이제는 서플에 한글 자막을 요구할 정도가 됐다”고 말했다.
문향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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