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요 기획사들이 드라마와 영화 사업 진출을 본격화하고 있다.이정현, 싸이, 드라마 ‘가을 동화’ 등의 음반을 제작한 팬 엔터테인먼트는 다음주부터 1월 방영 예정인 배용준, 최지우 주연의 KBS 월화 미니시리즈 ‘겨울 연가’ 촬영을 시작한다. 이를 위해 KBS에서 독립한 ‘가을 동화’의 윤석호 PD와 40회 계약을 맺었고 내년 하반기에도 KBS 출신 표민수 PD가 노희경 작가와 만드는 또 다른 드라마를 준비 중이다.
영화에서는 여성 3인조 투야의 소속사인 에이스타스 엔터테인먼트가 먼저 시작했다. 에이스타스는 영화 투자사 CJ 엔터테인먼트, 시네마서비스와 4:3:3으로 자본을 투자, 이 달부터 촬영을 시작하는 ‘라이터를 켜라’(장항준 감독)를 공동 제작한다. 차승원, 김승우 주연의 코미디물로 ‘주유소 습격사건’ ‘신라의 달밤’ 등의 작가 박정수가 시나리오를 썼다.
이밖에 신화, SES 등이 소속되어 있는 Sm 엔터테인먼트와 조성모를 발굴한 GM 기획에서도 드라마와 영화 진출을 준비하고 있다. TV 프로덕션 조이 TV, 인비넷 등에 투자해 온 Sm은 MBC 장두익 PD를 영입, 자체 프로덕션을 준비하다 문제가 생겨 손해배상 맞고소로 잠시 주춤한 상태. GM은 내년 하반기를 목표로 영화와 드라마 시나리오를 검토하고 있다.
가요 기획사들이 이처럼 드라마와 영화 제작에 뛰어드는 이유는 사업영역 다각화와 고수익. 여기에는 저자본, 고수익에서 고자본, 저수익으로 바뀌고 있는 음반제작 환경이 한몫 한다. 과거에는 제작비 1억이면 수 십 만 장을 팔 수 있었으나 이제는 최소 4억이 든다. 그렇게 하고도 대박을 내기는 더 어렵다. 설사 대박이 나도 음반 사업의 속성상 연속 히트는 힘들다.
이에 비해 드라마는 안정적이다. 팬은 회당 8,000만 원, 20부작 미니 시리즈를 만드는 데 16억 원을 들였지만, 이 돈은 KBS에 납품하면 그대로 돌려 받는다. 대신 드라마가 잘 되면 해외수출과 OST 음반으로 부가 수익을 올릴 수 있다. 팬의 박동아 사장은 “이제 음반만으로 돈을 버는 시대는 지났다. 음반과의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는 드라마, 영화, 미디어 등을 병행해야 살아남을 수 있다”고 말했다.
영화는 그 중에서도 ‘대박’의 가능성이 가장 높다. 매니지먼트로 출발, 음반과 인터넷에 이어 영화 사업을 시작한 에이스타스는 이번 영화에 총 제작비 40억 원 중 16억 원을 투자, 전국 관객 200만 이상을 기대하고 있다.
비디오, TV, OST 음반 등 부가 수익은 물론, 60명에 달하는 소속 연예인들의 캐스팅에서도 유리한 입지를 구축할 수 있다. 에이스타스 이주현 이사는 “토탈 엔터테인먼트를 지향하는 회사들에게 수익면에서 가장 매력적인 것은 역시 영화”라고 말한다. 가요 기획사들의 드라마, 영화 제작은 앞으로 문화산업 전체의 지각 변동에 적지않은 영향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김지영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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