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사합니다. 문학이 무엇이고, 어떻게 문학을 해야 하느냐를 새삼 고민하지 않을 수 없는 지금, 써야만 한다고 생각되는 것을 저로서는 그렇게 쓸 수밖에 없는 방식으로 써 온 제게 주신 상은 큰 격려가 됩니다.이번수상작의 배경이 인도이기도 해서, 인도의 한 예술가의 말을 인용해 보겠습니다.
예술가는 자기 속에서 무엇인가를 꺼내 타인들에게 주려는 사람들입니다.자기 속에서 나오지 않은 것을 들고 있다면 그것은 사기입니다.
또 만약에 예술가가 자기의 전부가 아니라 조금만 내보이고 있다면 무성의한 짓이고타인들은 가져갈 게 없습니다.
예술가는 자신의 전부를 내놓아야 합니다. 그렇다 해도 타인들이 와서 그 전부를 가져가 주는 게 아닙니다. 자기들 마음에 드는 것만 골라갑니다.
다 내놓았건만 아무 것도 안 가져가기도 합니다. 예술가는 그들을 원망할 수 없습니다. 그것이 예술가의 운명입니다.그러나 훌륭한 예술가는, 타인들이 그 전부를 가져가게끔 만듭니다.
타인들은 자기가 원하는 것을 가져가는데 그것이 예술가가 주고 싶은 전부입니다.
문학과 독자의 거리가 점점 멀어지고 있다는 이 시대에 글쓰는 사람으로서, 요즘의 독자라는 어떤 허상에 짓눌려 문학을 문학이 아닌 것으로 만들지 않고,또 전부 다 가져가라고 내밀 수 없는 서투른 문학에 머물지 않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진정하고도 힘찬 글을 쓰겠습니다.
제부친께서 청년 시절 한국일보 신춘문예 소설 부문에 가작으로 당선된 적이 있습니다. 10년 전에 아버님은 제가 소설가가 되리라고는 상상도 못한 채 돌아가셨습니다.
살갑지 못한 자식이었지만 그때 막내가 소설을 쓸지도 모르겠다는 말씀을 드릴 걸 그랬습니다. 오늘 상을 받아서만이 아니라, 제가 아버님을 닮았다는 사실을 저는 너무나 늦게 요즘 들어서야 깨닫습니다.
그리고 어머님과 가족들, 저를 오늘날까지 지켜주셨으므로 제 글은 이 분들이쓰신 것과 다름없습니다.
은사님들과,나이 차이가 많건 적건 동시대인으로서 같이 커 오고 앞으로 같이 늙어갈 여러 벗들께 감사드립니다.
뚜렷한 직장 없는 제가 이제껏 살아온 것은 이런 주변의 도움 덕분이고, 또 사회가 어떤 식으로든 먹여 살렸기 때문입니다. 근로하지 않는 자로서 정신적이고 예술적인 고통을 감내함으로써 보답하겠습니다.
그리고 오로지 자기 자신밖에는 용기를 줄 사람 없고, 스스로의 힘으로 다시 일어설 도리밖에 없는 이 땅의 많은 무명 작가들에게 이 영광을 돌립니다.
가장잘 쓰지는 않아도 색다른 작가, 만인의 구미에 맞지는 않아도 독특한 작품, 주류가 아니라도 의미 있는 이견이 살아남을 수 있는 풍토가 됐으면 좋겠습니다.
작가를 소중히 여긴다는 뜻에서 그다지 이름 나지 않은 제게 이 과분한 상을 주셨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한국일보사와 예심과 본심의 심사위원님들께 다시 한 번 감사드립니다.
김윤식 김종술 오수연 장명수 현기영(왼쪽부터)씨가 시상식 후 기념촬영했다. /홍인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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