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후 6시인데도 거리는 컴컴하다. 어둠은 알 수 없는 두려움을 낳는다. 어딘가로 숨어들어야 할 것 같은 기분. 둘 만의 조용한 공간을 찾고 싶다. 영화와 별이 함께 하는 곳. 자동차극장이다.여유로운 일요일 저녁. 서울 양재동 교육문화회관 자동차극장 ‘칼마21’(02-576-8164)은 초겨울 색다른 시간을 즐기기 위해 찾아 온 차량들로 가득하다. 입구 매표소로 차를 몰아 입장료를 묻는다. “1만 5,000원요. 차에 탄 사람 수와 관계없어요.” FM 주파수를 비밀스런 암호처럼 일러준다. 이 주파수를 맞춰야 영화의 음향을 들을 수 있다.
안내 요원의 수신호에 따라 자리를 찾는다. 앞 차와 적당한 간격을 두고 차를 세운 뒤 전조등과 미등을 꺼야 한다. 저녁식사 대용으로 사온 햄버거를 꺼내 먹고, 담배를 피워도 아무런 제지가 없다. 차 안에는 그녀와 나, 단 둘이기 때문이다. 자동차 시트를 알맞게 젖히고 편안한 자세로 앞을 바라본다.
조금은 은밀해질 수도 있는 상황. 회사원 최성윤(30)씨는 “다른 차를 기웃거리는 사람도 없고, 경적을 울리거나 다른 차에 들릴 만큼 시끄럽게 떠드는 사람도 없다”고 말했다.
2시간 동안의 영화 상영 내내 바깥은 고요하다. 차창 가득한 수증기로 1m 옆에 떨어진 차 안도 보이지 않는다. 그 안에서는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을까.
“주로 15세 이상 관람가능한 영화를 튼다. 고정 관객들이 있기 때문에 최신작을 3주마다 바꾼다.” 칼마21 이정규 대리의 설명이다.
서울 시내에는 이와 같은 자동차극장이 네 곳 정도 있다. 남산 Club EOE4(2234-2024), 잠실 탄천 자동차극장(3431-0564), 도봉구 시네마 큐(3491-8996) 등에서도 연중무휴로 세 차례 영화를 상영한다. 각종 영화사이트에서도 정보를 찾아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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