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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이슈21 / 표현자유의 딜레마 '제한상영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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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이슈21 / 표현자유의 딜레마 '제한상영관'

입력
2001.12.0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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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 문화관광위가 3일 ‘제한 상영가’ 등급을 신설하는 내용의 영화진흥법 개정안을 통과시킴에따라 제한상영관(성인전용 영화관) 도입이 초읽기에 들어갔다.물론 본회의 통과 과정이 아직 남아있지만 여야 의원 상당수가 제한상영관 합의에 긍정적인 입장을 보이고 있어 본회의에서도 통과될 것이 확실하다.

이렇게 될 경우 법이 발효되는 내년 5월 1일부터 누구든 제한상영관을 설립할 수 있다.

■영화계는 일단 환영하지만

제한상영관 도입에 대해 영화계는 일단 환영하는 분위기이다.

일단 영상물 등급위원회가 등급분류를 거부한 영화는 합법적인 상영이 불가능해져 위원회는 ‘실질적 검열’이라는 비난을 받아왔다.

특히 제한상영관 도입을 주장하는 이들은 제한상영관이 바로 포르노 영화의 범람을 뜻하는 것이 아니라고 주장하고 있다.

성기 노출 등 정도가 심한 하드코어 포르노를 상영할 경우는 기본의 형법이나 청소년보호법으로 얼마든지 제지할 수 있다는 것이다.

■자본과 감독의 갈등?

그러나 제한 상영관 도입은 우리 영화계에 적지 않은 숙제를 던지고 있다.

그간 표현의 자유를 억압해 온 것이 ‘권력’이었다면, 앞으로는 ‘자본’이 영화 표현의 자유를 억압, 분쟁을 겪는 사례가 빈발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현재 영화의 편집권은 암묵적으로 감독에게 있는 것이 우리의 특수 상황이다.

그러나 ‘제한 상영관’ 영화는 ▲비디오 및 DVD 출시 ▲방송 방영권 ▲TV나 신문 등 매체를 통한 광고 등이 일괄적으로 금지되는 상황이다.

영화계에서는 ‘영화 마케팅에 사형선고를 내리는 행위’라고 반발하는 분위기이다.

이렇게 되면 제작자들은 제작비 회수를 위해 가급적이면 ‘문제의 몇 장면’을 삭제하고서라도 ‘18세 관람가’ 등급을 받으려 할 것으로 예상된다.

‘등급외’ 영화와 ‘18세 관람가’ 영화의 흥행수익 차이는 ‘15세 관람가’와 ‘18세 관람가’의 차이보다 훨씬 클 것이기 때문이다.

조희문 상명대 영화학과 교수는 “이렇게 되면 작품을 훼손치 않으려는 감독과 자본의 이익을 최대화하려는 제작자 사이의 갈등은 물론 법적 분쟁도 발생할 소지가 크다. 이런 우려로 제한 상영관 도입이 실질적으로는 표현의 자유를 또 다른 방식으로 훼손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모든 영화는 등급을 받아야 한다’는 새 영화진흥법이 포르노 등을 제한하는 형법과 정면으로 배치됨으로써법률적으로 모순이 발생하는 상황도 풀어야 할 숙제라고 지적한다.

■영상물 등급위원회의 개혁이 필요

근본적으로는 등급을 보류하는 영상물 등급위원회의 위상과 운영에 대한 근본적인 수술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등급분류 위원인 평론가 전찬일씨는 “개인적인 의견이기는 하지만, 헌법재판소결정에서 검열기관 내지 행정기관으로 규정한 등급분류위원회의 운영 및 인력 등에 관한 틀이 그대로 유지된다면 제한상영관 도입이 오히려 표현의 자유를 위축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기존의 보수적이고 기계적인 심의의 틀을 유지한다면, 제작자들은 ‘제한 상영관’ 등급을 받지 않기 위해 더더욱 보수적인 시각으로 영화를 제한하게 된다는 얘기다.

표현의 자유를 확대하기 위한 원칙으로 제한상영관이 도입되는 것이므로, 저예산 독립 영화 등에 대해 ‘등급분류를 거부하는 영화(Unrated)’를 허용하는 등 제도적 장치의 보완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제한 상영관 운영의 문제점

극장 관계자들은 제한상영관이 일본이나 유럽의 음침한 포르노 극장으로 전락하지 않기 위해서는 몇가지 전제조건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씨네코아 황인옥 상무는 “제한상영관이 일년 내내 등급외 영화만을 상영해야 한다면 서울 시내 외곽의 싸구려 3류 극장이나 외국의 포르노 전용 극장으로 전락할 것이 뻔하다”고 지적한다.

국내외의 등급외 영화 중 예술성을 고루 갖춘 영화가 적은데 일년 내내 의무적으로 상영하려면 수익을 맞추기 위해 질 낮은 영화를 상영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따라서 도입 초기에는 제한상영관과 일반상영관의 복합운영을 보장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스크린 쿼터’도 마찬가지. 한국 영화 의무 상영 비율을 적용할 경우 저급한 16㎜ 영화로 의무 기간을 채울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김수용 영상물등급위원회 위원장은 “현재 제한상영관을 도입한다는 원칙만이 세워진 것일 뿐 세부안은 확정되지 않았다. 여론을 수렴해 제도를 보완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결국 제한상영관은 문제의 해결이 아니라 새로운 시작인 셈이다.

▼제한상영관이란▼

국회문광위를 통과한 영화진흥법개정안의 핵심은 영상물등급위원회의 영화등급분류 항목에 ‘제한상영가’등급을 신설한 것이다.

이는 영상물등급위원회가 선정성과 폭력성이 강한 영화에 대해 내리던 등급보류 판정을 헌법재판소가 위헌이라고 판결한 데 따른 것이다.

제한상영가 등급 영화는 제한상영관에서만 상영되고 청소년(만17세이하) 및 고등학생은 관람할 수 없다.

비디오물 등 다른 영상물로 제작하거나 유통시킬 수 없다. 등급분류를 거치지 않고 바로 제한상영관에서 상영하는 것도 금지된다. 제한상영관은 지방자치단체에 등록만 하면 되므로 누구든지 설립할 수 있다.

/박은주기자 jup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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