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가 내년 예산의 항목과 액수를 조정하는 국회 예결위 계수조정소위 구성문제를 놓고 4일 닷새째 맞섰다. 예결위 민주당 간사인 강운태(姜雲太) 의원과 한나라당 간사인 이한구(李漢久) 의원은 이날 오전 만나 절충을 시도했으나 소위에 참여할 정당별 의원수를 놓고 얼굴만 붉히다 헤어졌다. 강 의원은 관례에 따라 양당 동수를, 이 의원은 의석비율에 따라 한나라당이 1석이 많아야 한다며 티격태격했다.예산안은 이미 법정시한(2일)을 넘긴데다 소위구성도 불투명해 사실상 정기국회 회기(9일) 내 처리는 물 건너간 분위기다. 어렵사리 소위가 구성돼도 산 넘어 산이다. 여당은 경기진작을 위한 증액을, 야당은 선거용 선심예산 삭감 등 감액을 요구하고 있다.
지난해에도 정기국회 후 연말 임시국회를 열어 12월27일에야 새해 예산안을 처리하는 바람에 행정부가 곤욕을 치렀다. 한나라당이 새해 예산안 심의를 시작하면서 “이번 만큼은 회기를 지키겠다”고 공언한 것도 지각처리에 대한 부담 탓이었다.
한나라당이 3일 교원정년 연장안 처리 유보결정을 내릴 때만 해도 지도부가 여당의 ‘양당 동수안’을 수용한다는 쪽으로 가닥을 잡아 타결의 기미가 보였다. 그러나 예결위 소속 한나라당 의원 25명이 그 직후 “의석수대로 소위를 구성하는 안은 절대 양보 못한다”고 공개결의, 차질이 생겼다.
한 당직자는 “예산 발목잡기라는 비판은 받지않으려면 빨리 매듭짓는 게 좋다는 생각이지만 예결위 소속의원들이 ‘다수당 우위의 원칙까지 포기하고 선거용 등 선심성 예산을 잡아낼 수 있겠느냐’고 하는 통에 도리가 없다”고 말했다.
민주당 이낙연(李洛淵) 대변인이 “야당이 빨리 내부 이견을 정비, 예결위가 정상화되길 바란다”며 은근히 한나라당의 불협화음을 비꼰 것도 이 때문이다. 민주당 일각에선 “야당이 임시국회로 방탄국회도 열고 검찰총장을 탄핵하기 위한 시간도 벌기 위해 의도적으로 예산안소위 구성을 늦춘다”는 의구심도 제기하고 있다.
이동국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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