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수를 하느니 유학 가서 열심히 공부할래요.”난이도 조절 실패로 수능시험 점수가 대거 하락하자, 아예 대학진학을 포기하고 유학을 준비하는 수험생이 늘고 있다.
이들 유학 준비생들은 “내년에 또 어떤 정책의 희생양이 될지 몰라 떠나겠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서울 B여고 S양은 수능이 70점 이상 하락해 조건부로 합격했던 대학 입학이 좌절되자 아예 영국 유학길에 오르기로 했다.
이 학생은 “1년 앞을 내다볼 수 없는데 재수 자체가 ‘기약 없는 싸움’인 것 같다”며 “스트레스 받지 않는 곳에서 맘 편히 공부해 보고 싶다”고 전했다.
강남 S고 진학담당 교사는 “외국으로 유학 가겠다고 결심하고 처음부터 내신 관리만 철저히 해온 학생이 오히려 부러움을 받고 있다”며 “평소에도 5~6명이 졸업 직후 유학을 떠났는데 올 해는 수능 충격으로 인해 더욱 늘지 않겠느냐”고 전했다.
서울 시내 유학원에도 최근 고3수험생들의 유학 관련 상담이 부쩍 늘고 있다. 강남 세계로 유학원 최미해(崔美海)실장은 “수능 뒤 ‘하루 빨리 한국을 떠나고 싶다’며 ‘안 좋은 대학이라도 빨리 알아봐 달라’는 고3 학부모들이 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 같은 도피성 유학에 대한 우려도 적지 않다. 국제 유학원 임종하(林鐘夏)부원장은 “확실한 목표 없이 수능에 따른 충격으로 무작정 유학을 떠날 경우 실패하기 십상”이라며 “충격을 가다듬고 토플 시험 등 사전준비를 철저히 해 떠나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다.
최지향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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