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년전 미국에 입양된 뒤 희귀병으로투병중인 친형을 위해 그 동안 얼굴도 모른 채 헤어져 살아온 한국의 친동생이 골수를 기증했다.불과 다섯살된 이경호(경북 경주시)군은4일 서울중앙병원에서 소아종양혈액내과 김태형 교수의 집도로 골수채취 수술을 받았다.
이날 채취된 골수는 미국 신시내티의 신시내티 의대 소아골수이식센터에서 사경을 헤매고 있는 친형 병조(14ㆍ미국명 토머스 샌키)군에게 48시간 내 긴급 공수된다.
병조군의 부모는 1988년 어려운 가정형편 때문에 대한사회복지회를 통해 갓 태어난 장남을 곧바로 미국으로 해외입양시켰다.
가족과 친동생의 존재도 모른 채 10년 넘게 떨어져 미국인 양부모 밑에서 자라던 병조군은 세살 무렵 희귀한 선천성 빈혈의 일종인 판코니 빈혈이 발병, 10년간의 긴 투병생활을 해야 했다.
이 병을 치료할 수 있는 방법은오직 골수이식 뿐이었고 양부모는 백방으로 이군에게 맞는 골수를 찾았지만 적합한 기증자는 쉽게 나타나지 않았다.
결국 한국의 입양단체였던 대한사회복지회까지 찾아 한국 가족의 혈액을 검사하게 됐고, 막내동생인 경호군의 혈액유전자형이 같은 것으로 확인돼 이날 수술이 이뤄졌다.
병조군의 어머니(38)는“태어나자 말자 젖 한번 못 먹이고 떠나보낸 얼굴도 모르는 아이지만둘다 수술이 잘돼 모두들 건강하게 뛰어다녔으면 한다”며 눈시울을 붉혔다.
96년 미공군사관학교 재학생으로 백혈병을 앓았던 성덕 바우만군, 97년 급성 림프구성 백혈병으로 사경을 헤맸던 데이비드 파머군도 한국계 입양아로서 골수이식수술을 받았지만 입양된후 친혈육으로부터 골수를 이식받는 것은 이것이 처음이다.
김용식기자
jawohl@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