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수능 총점 누가성적 분포표를 공개하지 않겠다는 교육인적자원부의 방침에 맞서 분포표 공개를 요구하는 목소리도 학부모, 수험생은 물론, 교육부내 일각에서도 봇물을 이루고 있다.교육당국이 총점을 활용하는 대학이 대부분인 현실을 애써 외면하고 원칙만 고집하는 것은 무책임한 처사일 뿐아니라, 엇갈린 추정이 난무하는 입시혼란을 더이상 방치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교육부 움직임=이런 가운데 총점 누가분포표 공개 불가 방침을 고수해 온 교육부가 일선 교육현장의 입시지도 혼란을 최소화하기 위해 분포표 공개를 적극 검토하는 쪽으로 입장변화를 보이고 있어 귀추가 주목된다.
교육부 관계자는 4일 “총점 누가분포표 공개는 2002학년도 대입제도의 핵심취지와는 어긋나지만 교육수요자의 강력한 공개 요구를 외면할 수는 없기 때문에 공개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건의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교육부 내에서는 “총점 누가분포표 미공개는 다소 부작용이 있더라도 좋은 취지를 담고 있는 만큼 무리가 따르더라도 후퇴해서는 안되고, 분포표를 공개할 경우 총점에 의한 입시가 되살아난다”는 등의 ‘원칙론’을 내세우며 반대의견도 적지 않아 접점을 찾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일선고교=이런 가운데 일선 고교에서는 수능 대폭락 현실화의 충격과 분노는 간 데 없고, 막막한 대학 선택에 대한 깊은 한숨이 이틀째 흘러나왔다. 교사와 수험생들은 “총점 누가성적표 없이 어떻게 대학을 선택하라는 말이냐”라면서 서로 제 각각인 학원 배치표를 부여잡은 채 말을 잊었다.
수 년간 쌓아놓은 온갖 진학자료가 모조리 휴지조각으로 돌아간 교사들은 “정말 공개하지 않을지는 몰랐다”면서 허탈해 했다. 서울 구정고 진학부장 신홍순(申鴻順) 교사는 “진학 담당 교사도 뭐가 뭔지 몰라 자체적으로 진학 전략을 세울 수도 없는 형편인데 학생들은 오죽하겠느냐”고 말했다.
교육부가 이날 전국 진학담당 교사 7명을 긴급 호출, 의견을 청취한 자리에서도 공개 요청이 이어져 교육 당국을 당혹하게 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날 회의에 대원외고 교사와 함께 서울을 대표해 참석한 서울고 진학부장 김영규(金泳圭) 교사는 회의 참석에 앞서 “교육부의 뜻은 잘 알겠지만 비공개로 인한 교육현장의 혼란을 가감없이 전달할 계획”이라면서 “자료 공개를 공식적으로 요구하겠다”고 의지를 다지기도 했다.
▦인터넷 항의=한편, 교육부 홈페이지와 입시 담당과에는 “사실상 무산된 등급제를 ‘눈 가리고 아웅’하는 무책임한 처사” “명문고 고3담임 5년차인데 바보가 됐다” “총점석차를 발표하지 않는 것은 교육소비자인 학생과 학부모, 학교의 입장을 무시하는 전형적 관료주의 사고방식”등 수 백건의 항의가 줄을 이었다.
서울 대성고 학부모 K(54)씨는 “정시모집이 코 앞인데 담임교사마저 하루이틀 지켜보고 상담을 하자고 하니 답답할 따름”이라면서 “제멋대로 출제에, 옹고집 비공개 정책으로 학생ㆍ학부모 가슴에 피멍이 든다”고 하소연했다.
김성호기자
shkim@hk.co.kr
안준현기자
dejavu@hk.co.kr
■입시기관 자료 천차만별 "더 헷갈려요"
혼란에 빠진 대입 수험생들은 4일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입시 전문기관의 문을 두드렸지만, 기관마다 천차만별인 총점 성적분포 추정치와 지원가능 점수 예측을 내놓는 통에 오히려 혼란이 더욱 가중됐다.
중앙교육진흥연구소와 대성학원의 총점 성적분포 추정치 자료를 비교하면 점수대 별 추정 누가 수험생이 많게는 2,000명 가까이 차이가 났다. 380점 이상 득점 수험생을 중앙은 인문 44명, 자연 66명으로 예상했지만, 대성은 각각 90명과 150명으로 예측했다.
인문계 360~365점 사이는 대성 859명, 중앙 503명으로 356명이나 차이가 벌어졌고, 자연계 350~355점은 반대로 중앙 2,909명, 대성 2,321명으로 588명이나 많았다. 그나마 학원 관계자마저 “최선을 다해 만들었지만 맞다는 확신은 없다”(대성학원 이영덕ㆍ李永德 평가실장)고 ‘고백’하고 있다.
특히 하위권 수험생들은 자신의 점수로 4년제 대학 진학이 가능한지도 종잡을 수 없어 불안에 시달리고 있다. 4대 입시기관별로 지원가능 점수가 인문계는 160이상, 175이상, 190이상, 203이상, 자연계 역시 151점~192점까지 무려 40점 이상 차이가 나 사실상 ‘무용지물’이나 다름없는 셈이다.
서울 경복고의 한 고 3담임교사는 “입시기관 자료마저 널뛰기를 하는 상황이어서 올해는 대학 눈치작전에 앞서 입시기관 자료 선택부터 ‘찍기’를 해야 할 형편”이라며 한숨을 내쉬었다.
안준현기자
dejavu@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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