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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프세상] (127)"볼이 홀을 지나가면 안 들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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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프세상] (127)"볼이 홀을 지나가면 안 들어간다"

입력
2001.12.0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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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회 벤크렌쇼의 얘기 중 하비 페닉이 그의 ‘오랜 친구’라는 내용에 대해 국내외 독자들의 지적이 있었다. 하비 페닉은 크렌쇼의 친구가 아니라 스승이라는 지적이었다.하비 페닉에 대해 깊이 알지 못했고 미국인들이 쓰는 친구(friend)라는 단어에 담긴 광범위한 개념에 유의하지 않고 바로 직역해 버린실수였다. 관련 서적을 뒤져보고 독자들의 조언을 들어본 결과 하비 페닉을 골프애호가들에게 제대로 소개하는 것이 옳겠다는 생각을 갖게 되었다.

하비 페닉의 인생은 골프 그 자체였다. 12세 때부터 텍사스주 오스틴에 있는 오스틴 컨트리클럽에서 캐디생활을 시작한 그는 1995년 91세의 나이로 숨을 거둘때까지 골프세계를 벗어나 본 적이 없었다. 오랫동안 오스틴 컨트리클럽의 헤드프로로 활동하며 톰 카이트, 벤 크렌쇼 등 당대의 유명한 프로골퍼들을지도했고 바비 존스, 벤 호건, 샘 스니드 등과는 절친한 친구사이였다.

초등학교만 나왔지만 70여 년에 이르는 레슨프로 생활에서 얻은 풍부한 지식과경험을 바탕으로 ‘Little red book’이란 책을 펴내 수백만권이 팔렸다. 속편으로 낸 ‘And if you play golf, youare my friend'도 베스트 셀러가 되었다. 평론가들은 번잡한 이론을 싫어했던 그가 간결하고 유머 넘치는 문장으로 골프의 정수를 집어내 골퍼들의 마음에 등불 역할을 했다고 평가했다.

그의 가르침중엔 골프의 상식을 부정하는 내용도 있다. 바로 ‘지나가지 않으면 들어가지 않는다(Never up, never in)'란 철칙을 그는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와 관련된 일화가 전해진다. 어느 날 데이비스 러브 3세의 아버지 러브 2세가 찾아와 “우리 아들이 문제가 없는지 좀 봐주게”하고 부탁,러브 3세를 만났다. 드라이브 샷은 대포알 같았고 아이언 샷도 나무랄 데가 없었다. 퍼팅을 해보라고 하자 러브 3세는 항상 볼이 홀을 지나치도록 퍼트 했다.

‘홀을 지나치지 않으면 들어가지 않는다'는 철칙을 지키고 있었던 것이다. 이를 보고 페닉은 “볼이 홀을 지나면 안 들어간다”며 결코 홀을 지나치도록 퍼트 하지 말 것을 가르친다. 홀에 겨우 이르도록 치든가, 차라리 못 미치는 게 낫다는 것이 그의 지론이었다. 홀을 지나치면 투퍼트도 보장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의 이 같은 주장에 수긍하지 않는 골퍼도 많았지만 그는 자신의 골프철학을 굽히지 않았다.

어쨌든 러브3세는 페닉으로부터 퍼팅지도를 받고 그 다음 주에 열린 PGA투어에서 우승했다. 러브 3세는 아버지에게 “페닉이 시키는 대로 했더니 우승할 수있었다”고 털어놨다. 그는 또 퍼트 할 때 볼에 인쇄된 글자를 퍼팅라인과 일치시키는 것에도 반대했다. 그렇지 않아도 머리가 복잡한데 그것까지 신경쓰면 혼란만 가중된다는 것이었다.

방민준 광고본부 부본부장 mjba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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