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은 잔소리보다는 격려의 말을 들어야 신이 나서 좋은 행동을 한다.”며칠 전 라디오에서 들은 말이다. 그 순간 나는 내게 용기를 주셨던 선생님들의 격려의 말이 불현듯 떠올랐다.
어린 시절 아버지의 영화제작으로 집안이 망해서 우울했던 나머지 자살까지 생각했던 내게 책읽기와 글쓰기는 현실의 도피처이자 최고의 위안이었다.
백일장 같은 행사에 학교 대표로 나가 상을 받는 일도 왕왕 있었다.
중학교 때 국어선생님께서 수업 중에 느닷없이 "지나는 이 다음에 대단한 작가가 될 것이다. 노벨상을 받는 대단한 작가가 될지도 몰라"라고 하시는 게 아닌가.
철없던 그 시절에도 나를 너무 과대평가하신 선생님 때문에 수업시간에 고개를 들지 못했던 게 생각난다.
나는 고등학교에서 또 대학교에서 심지어 파리 유학생활에서도 나를 늘 격려해주셨던 선생님을 만나는 행운을 누렸다.
이화여대시절 철학과 소흥렬 선생님께서 내가 발표하는걸 들으시더니 "지나는 이 다음에 교수가 되면 대단히 강의를 잘 할거다"라고 격려해 주셨다.
영화를 공부하러 유학을 가겠다고 하자 불문과 김인환 선생님께서는 "네겐 그런 공부가 맞아. 넌 잘 해 낼거다"라고 격려해주시며 감동적인 추천서를 써주셨다.
실제로 이런 선생님들을 만나고 또 그들의 극진한 격려를 받았기에 나는 영화 글을 쓰고 또 영화를 젊은 친구들에게 가르치며 배우는 선생이란 직업을 갖게 되었다.
때로 글쓰기가 고통스럽고 살아가기가 힘들다고 느낄 때면 나는 격려의 말을 해주셨던 선생님들을떠올리며 용기와 자신감을 얻는다.
최근 교권이 추락했다는 뉴스가 심심치 않게 들리고, 청소년들이 선생님을 존경하기는 커녕 우습게 본다는 것도 익히 들어서 안다.
그래도 나는 선생님이란 직업이 대단하다고 자부심을 갖는다. 왜냐하면 선생님이야말로 격려의 말을 해줄 수 있는 최고의 기회를 가진 이들이니까.
나는 오늘도 강단에 서며 학생들의 빛나는 눈동자를 본다. 내선생님들이 그러했듯이 이들 중 보다 많은 이들에게 인생을 헤쳐나갈 격려의 말을 해줘야 한다는 설레임을 갖고 그들의 눈을 들여다본다. 자신을 격려해주는 선생님을 평생 한번 혹은 가능하다면 몇 번이고 만나는 것이야말로 인생의 축복일 테니까.
이제 나는 내가 받았던 사랑의 격려를 젊은 후학들에게 돌려줘야 하는 처지에 놓인 것을 축복으로 여긴다.
그건 전적으로 나를 격려해주셨던 선생님들로부터 배운 삶의 지혜이다.
/유지나 영화평론가 동국대 교수 연극영상학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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