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35년 12월4일 영국의 소설가 새뮤얼 버틀러가 태어났다. 1902년 몰(歿).166년 전 오늘태어난 새뮤얼 버틀러는 17세기의 영국 시인 새뮤얼 버틀러(1612~1680)와 구별하기 위해 그의 대표작 이름을 붙여 흔히 ‘에레혼의 작가’로불린다. ‘에레혼’(1872)은 현실 세상을 역전시킨 반유토피아 소설로, 19세기 영국의 습속과 사회제도를 풍자적으로 비판하고 있다.
식민지의양치기인 주인공은 첩첩 산 너머에 있는 미지의 나라 에레혼에 도착한다. 에레혼(Erewhon)은 nowhere 즉 ‘어디에도 없다’는 단어의 철자를뒤집어 만든 말이다.
따지고 보면 토마스 모어가 만들었다는 ‘유토피아’라는 말이 바로 ‘어디에도 없다’라는 뜻이다. 에레혼에서는 모든 것이 영국과반대다.
질병은 죄악으로 간주돼 처벌받지만 범죄자는 병자로 간주돼 세심한 치료를 받는다는 식이다. 작품의 끝부분에서 주인공은 에레혼 여성과 연애에빠져 함께 기구(氣球)를 타고 탈출한다.
버틀러는 케임브리지대학에서 신학을 배웠지만, 목사가 되는 것이 싫어 뉴질랜드로 이주해 목양업자로 크게 성공했다.
귀국해서 쓴 ‘에레혼’에는 더러 뉴질랜드의 그림자가 드리워져있다. ‘에레혼’에서도 드러나듯 버틀러는 자신이 살던 빅토리아조의 우상을 파괴하는 것을 문학적 과업으로 삼았다.
그의 사후에 출간된 ‘만인의 길’(1903)은 소설의 옷을 입힌 일종의 자서전인데, 버틀러는 여기서도 빅토리아 시대의 종교와 도덕을 통렬히 비판하고 있다.
버틀러는 그 당시에 영국에서 힘을키우기 시작한 다윈주의에도 반대해 ‘생활의 습관’ (1877), ‘진화의 어제와 오늘’(1879), ‘무의식의 기억’ (1880) 등의 책에서 자연선택을 비롯한 다윈주의의 원리들을 비판했다.
고종석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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