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을 어떻게 견딜까. ‘가든’이라 이름붙은 음식점에서 따뜻한 소머리국밥을 먹기, 내 속에 열(熱)과습(濕)이 넘치는 열대우림을 키우기, 가슴에 기와를 포개어 얹고 그 속에 들어가 살기.30~40대 남자 시인들의 겨울나기를 보여주는 시집들이 나왔다.
고형렬(47)의 ‘김포 운호가든 집에서’(창작과비평사 발행)와 정해종(36)의 ‘내 안의 열대우림’(생각의나무 발행), 송용호(35)의‘내 가슴에 기와를 얹고’(열음사 발행)이다.
고씨는 그의 아홉번째 시집에서 먼 곳에 있는 산과 강에 대한 그리움을 털어 놓는다.
“서울을 미워한다”는 그는 강원도로, 오대산으로, 해인사로 가고 싶다고 한다.
‘강원도 부론면 어디쯤 멀리 가서/ 서울의 미운 사람들이 그리워졌으면…다시 진부 어디쯤 멀리 떨어져 살아/ 미워진 사람들 다시 보고 싶게’(‘산머루’에서).
멀어졌을 때 보고 싶은 마음이 솟는다.
‘너 낳고 백일 즈음에 모래펄로 오징어떼가 뛰어올랐다고 얘기해 주던 어머니(‘오징어 事變(사변)’에서)는 가슴을 데우는 기억이다.
정해종 시인은 ‘우울증의 애인을 위하여’ 이후 5년 만에 두번째 시집을 냈다.
첫 시집에 가득하던 젊음의 신열, ‘지난날들을 들끓던 신열이 실은/ 편두통에 지나지 않았음을’ 고백하고 싶었다면서도 시인은 한 가지 소망을 말한다.
‘꼭 한번, 모래와 먼지들을 일으켜 거세게 휘몰아치고 싶었다는 것’ ‘무엇 하나 변하지 않아도, 변함없이/ 한쪽 길로만 가고 싶었다는 것’을(‘횡단법’에서). 그는 어느새 삼십대 중반이고, ‘중독된 일상’에서 무엇이든 새롭게 시작하기엔 늦은 나이가 됐다고 고백한다.
그렇다면 무엇으로 살아갈까. ‘희망에 대한 믿음이 아니라/ 믿음에 대한 희망’(‘단순한 희망’에서)이다.
1987년 한국일보 신춘문예로 등단한 송용호 시인은 14년만에야 첫 시집을 묶었다.
“쉽게 얘기할수 없는 기록들, 잘못 산 날들의 이야기를 다듬느라 시간을 보냈다”고 했다.
그 사이 그도 아내와 아이들을 둔 가장이 됐고 생활인이 짊어지는 짐이 어떤 것인지 깨달았다.
송씨는 연작시 ‘강대리는 강하다’에서 그 깨달음을 노래한다. ‘새끼손가락을 따서 뽑아낸/ 마지막 선혈을 흘려넣듯/ 복권을 사면서’도, ‘일천구백구십육년의 겨울/ 정리해고시대의 목전에서’도, ‘때로는 경련처럼 몸을 뒤흔들어 놓는/ 첫사랑의 기억 앞에서도’
강대리는 강하다. 비정한 겨울의 세월을 살아가는 법을 시인은 ‘서로의 몸을 포개는’ 것이라고 말한다.
‘서로의 몸을 포개고 누운 기와들 사이사이엔/ 세월이 검게 또아리를 틀고/ 우리도 저렇게 누우면 하나가 될까/ 아무도 들어가는 이 없지만/ 몸도 넉넉한 마음과 같아서’(‘내가슴에 기와를 얹고’에서).
공형렬(위) 정해종(중간) 송용호(아래)
김지영기자
kimj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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