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의 교원정년 연장안처리유보 결정은 향후 여야관계 및 국회운영과 관련, 새겨볼 구석이 적지 않다.‘수(數)의 힘으로 밀어 붙이지 않겠다’는 한나라당의 다짐은 여야의 마찰이 예정돼 있는 각종 법안처리 과정에서도 주요한 준거틀로 기능할 개연성이 크다.
이재오(李在五) 총무는 3일 기자들과 만나 “여야의 입장이 갈려있는 다른 법안들도 충분히 협의해서 처리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 총무는 “국가정보원장등 이른바 빅5를 인사청문회 대상에 포함시키는 인사청문회법은 민주당의 필리버스터(우보전술)로 아예 법안이 성안조차되지 않고 있는 상태여서 협상이고 뭐고 할 것도 없다”면서 “이 문제 역시 무리하지 않을 생각”이라고 말했다.
이밖에 남북협력기금법ㆍ남북교류협력법등도 여당의 주장을 상당부분 수용해 협의처리할 생각이고, 국세기본법과 법인세법 개정도 힘으로 밀어붙이지 않는다는 방침이다.
지역과 직장의 건강보험재정 분리는 이미 ‘통합 유예안’ 수용 쪽으로 지침이 내려가 있어 충돌의 소지가 없는 상태이고, 방송법은 자민련과의 합의에도 불구하고 현행법 골격유지로 방향을 바꾸었다.
이회창(李會昌) 총재와 당 지도부가 여론의 비판을 겸허히 수용하는 모양새를 갖춘 데에는 전략적 고려가 있었다.
그 동안 당내에는 “지금껏 국민의 정부가 저질러 온 잘못된 정책으로 민심이 크게 이반됐고, 야당이 그 반사이익을 톡톡히 누려왔는데, 이제 와서 이 정책들을 되돌리면 정반대의 혼란이 올 수밖에 없고, 그로 인한 비난은 야당이 뒤집어 쓰게 된다”는 우려가 적지 않았다.
특히 개혁의 기치 아래 여당이 추진해 왔던 각종 정책은 유(U)턴의 역작용이 더 클 수밖에 없는데, 대선국면을 눈앞에 두고 굳이 무리를 할 이유가 없다는 지적도 적지 않았다.
한나라당이 각종 쟁점법안 처리문제에 유연한 대응을 하기로 방침을 정한 데에는 검찰총장 탄핵문제가 또 다른 배경으로 작용했다.
여론의 역풍을 무릅쓰고 교원정년 연장안 등의 처리를 강행했을 경우 검찰총장 탄핵안조차 변별성을 상실한 채 같은 두름에 꿰일 위험이 적지 않다고 판단,강온의 묘를 살리기로 했다는 얘기다.
홍희곤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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