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2 한일월드컵축구대회 조추첨이 끝난 뒤 기자들에게 이런 질문을 많이 받는다.“한국의 16강 진출은 가능하냐?” “포르투갈은 너무 강하니까 우리가 어차피 포기해야 하는 것 아니냐?”그러면 이렇게 대답할 수 있을 뿐이다. “지금상황에서 어떻게 16강을 점치겠는가. 미리 진다고 전제하는 것처럼 어리석은 일은 없다”고.
그렇다. 기자들 우려대로 한국의 본선 상대 3개국은 분명 어려운 팀들이다. 그중 세계랭킹 4위 포르투갈은 분명히 차원이 틀린 팀이다.
지난 해 유럽선수권서 포르투갈의 경기를 보았을 때도 마치 ‘감전’의 충격을 느꼈다. 마치 전혀 다른 차원의 축구를 보았다는 느낌때문이었다. 포르투갈은 플레이스타일이 유럽팀 중 브라질에가장 가깝다고 하지만 꼭 그렇지도 않다. 굳이 이름을 붙이자면 ‘뉴 에이지 토털사커(NewAge Total Soccer)’라고나 할까. 과거 네덜란드식 토털사커에 창조성이 가미된축구, 그러니까 유럽도, 남미 스타일도 아닌 ‘포르투갈만의 축구’인 것이다.
포르투갈은 4_4_2 시스템을 기본으로 한다. 그러나 상황에 따라 3_5_2, 3_4_3으로 변화가 빠르다. 즉 임기응변이 강하다. 바둑으로 치면 ‘조훈현 기풍’이다. 그것이 가능한 이유는 미드필드진의 창조성 덕분이다. 펠레가 내년 월드컵의 스타로 극찬한 루이스 피구(29ㆍ레알 마드리드)를 필두로 플레이메이커 루이 코스타(29ㆍAC 밀란), 콘세이상(27ㆍ인터 밀란), 핀투(29ㆍ리스본) 등은 환상적인 콤비를 이룬다. 이들은 때때로 3포워드로 전진배치돼 상대수비를 흔들곤 한다.
예선10경기서 8골과 7골을 터뜨린 파울레타와 고메스의 투톱진도 손색이 없다. 재미있는 것은 세계적인 스타 고메스가 몇 년전 부산 대우의 테스트에서 탈락한 선수라는 점이다. 팀마다 필요한 선수가 다르겠지만 선수선발에 더 깊은 안목을 가져야 한다. 루이 호르헤-호르헤 코스타 등이 이끄는수비진도 공격진 못지 않게 강하다. 예선을 치르는 동안 7실점에 불과했다. 현대 축구에서 수비력이 나쁜 팀은 세계수준에 설 수 없다는 교훈을 포르투갈이 입증하고 있다.
포르투갈은 지난해 유럽선수권 조예선서 잉글랜드, 독일, 터키가 속한 죽음의 조에서4강까지 올랐다. 당시 내심으론 포르투갈이 결승진출 후보라고 생각했다. 또 이번 월드컵 예선에선 네덜란드에 1승1무를 기록하는 등 7승3무 무패로 가볍게 본선진출을 확정했다.
한국은 포르투갈과 조예선 마지막 경기를 한다는 점이 유리할 수 있다. 포르투갈이 이미 2승을 올려 16강 진출을 확정짓는다면 한국과의 3차전에 2진급을 기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과거의 본선을 볼 때 16강진출을 확정지은 강팀들은 마지막 경기를 느슨하게 치렀다. 지난 대회 우승팀 프랑스 역시 그랬다. 우리가 포르투갈을 상대하기 위해서는 체력적으로 이기는 길 밖에 없다. 최전방부터,특히 미드필드에서의 강한 압박으로 상대보다 수적 우위를 점하는 것만이 개인기와 스피드의 열세를 극복하는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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