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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램 불황이라고 보증외면.취업기피…'화합물 반도체' 엉뚱한 피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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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램 불황이라고 보증외면.취업기피…'화합물 반도체' 엉뚱한 피해

입력
2001.12.0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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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최고 수준의 화합물 반도체설계 소프트웨어 제작기술을 보유한 벤처기업 A사는 8월 코스닥 공모주가 산정과정에서 코스닥 등록을 자진 포기했다.주간 증권사의 A사 주식에 대한수요예측이 D램 반도체 시장을 기준으로 계산됐기 때문이다. 공모주가만 산정되면 코스닥 등록 절차를 거의 마무리하는 A사였지만 예상 가격의 3분의1에도못미치는 주가로 기존 투자자들을 설득할 방법이 없었다.

화합물 반도체 제조업체들이 아무연관도 없는 D램 반도체 시장의 침체 탓에 곤욕을 치르고 있다. 갈륨비소(GaAs), 갈륨인(GaP) 등이 원료인 화합물 반도체는 대부분 전자제품과 액정표시장치(LCD),통신장비 등의 데이터를 관리하는데 필요한 핵심부품으로 D램 반도체와는 전혀 다르다.

하지만 금융권과 정부 당국, 정보기술(IT) 전문가 등이 D램 반도체와 같은 시장으로 오해해 기술력이 뛰어나고 시장 전망도 밝은 화합물 반도체 벤처들을 박대하고 있다.

LCD의 패널에 빛을 확산시켜 전달하는 ‘램프하우징’을 생산하는 모든 테크사는 설비자금 융자를 받는 데 꼬박 3개월이 걸렸다.

매년 200% 이상의 성장세를 유지, 올 해는 매출액 90억원을 기대하고 있는 이 회사가 8월 초 신용보증기금에 자금 지원을 요청했을 때 신보측이 제시한 융자 액수는 최대 5,000만원. “D램 시장이 어려운 만큼 더 이상의 보증은 어렵다”는 것이 신보측의 설명이었다.

모든테크는 기술신용보증기금에서도 비슷한 대답을 들었지만 다행히 기술 평가를 거쳐10월 말 4억원을 융자받았다. 김백선(金白善ㆍ35) 사장은 “정부의 각종 기금이 엄정한 기술 분류와 평가 없이 ‘장님 보증’을 서고 있다”고 지적했다.

광반도체 소재 화합물인 에피(Epi) 웨이퍼 제조업체인 충북 진천의 옵토웨이퍼테크사는 사상 유례없는 취업난 속에서도 구인난을 겪고 있다. 우수한 기술인력조차 ‘반도체를 만드는 대기업도 힘든 마당에 벤처는 오죽하겠느냐’는 인식을 갖고 있어 반도체 벤처에 취업하기를 꺼리기 때문이다.

옵토웨이퍼테크는 올 초 기술신용보증기금으로부터 기술 우수기업평가, 지난 달 정부의 기술평가기관인 ‘이노비즈’로부터 ‘AA등급’(최고등급 AAA)을 받았지만 사정은 나아지지 않고 있다.

이 회사 김창주(金昌主ㆍ42) 이사는 “전자제품의 뇌나 다름없는 화합물 반도체는 조립산업과 부품산업을 견인하는 ‘국책 기초산업’ 대접을 받아야 하는데 엉뚱한 사업군으로 취급받고 있다”고 주장했다.

김태훈기자

onewa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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