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 교육이 뿌리째 흔들리고 있다. 대입 교차지원 허용 등으로 1997년까지40%에 이르렀던 자연계 수험생수는 점차 떨어져 2002년 입시에서는 27%(19만 9,000명)로 인문계 지원자의 절반에도 못 미쳤다. 예ㆍ체능계보다겨우 10% 포인트 많은 수준으로까지 떨어진 것이다.올해 대학수학능력시험을 치른 이모(19ㆍ광주 전남여고)양은 “과학은수업도 따분할 뿐 아니라 늘 어렵게 출제돼 자연 계열 지망을 기피한다”고 말했다. 문제는 이같은 상황이 내년 고교에 입학하는중3생부터는 더욱 심각해질 것이라는 전망이다.
내년부터 고1에게 적용되는 ‘7차 교육과정’은 현재 안대로라면 인문ㆍ자연계 구분이 없어지고, 고교2ㆍ3학년의 경우 물리ㆍ화학ㆍ생물ㆍ지구과학 등 과학 과목을 수강하지 않고도 고교 과정 이수가 가능하다. 수능도 이에 맞춰 개편이 이루어질 전망이다.
고등학교에서는 이를 전 학생의 ‘인문계열화’로받아들이고 있다. 세계사 등 사회 과목들도 선택 과목이 되지만, 수험생의 기피 현상이 심한 과학 과목이 가장 심각한타격을 받을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서울 B여고의 한 물리 교사는 “선택하는 학생이적어 수업이 폐지되는 과학 과목이 등장할 것”이라며 “고등학교 과학 과목 교사들에게 위기감이 팽배해 심지어 중학교로 옮길 것을 고려하는교사들도 많다”고 말했다.
이과 계열의 우수한 수험생들이 이공계 학과는 거들떠 보지 않고 의대에 대거 지원하는것도 문제다. 더구나 이들은 의대를 졸업한 후 기초의과학 분야에 남지 않고 대부분 대우와 여건이 좋은 임상의로 진출하고 있다.
이 때문에 과학계에는 국가 장래를 책임질 우수과학 인력이 바닥나는 것이 아니냐는회의론이 크게 일고 있다. 기초과학 분야는 국내에서 적재적소에 필요한 인력을 찾지 못해 벌써부터 해외로 눈을 돌리고 있다. 연구소마다 중국, 인도국적의 기초과학 인력 유치에 적극 나서고 있다.
한국과학기술원(KAIST)의 경우 지난 해 36명에 불과한 외국인 연구원이 올해60명으로 늘어났다. 동포를 제외하면 중국 출신 9명, 인도인 5명 등으로 미국인 6명보다 많다. 과학기술부는 내년 1월부터 국내에 들어오는 해외과학자에게 체류 기간을 2년에서 3년으로 연장하는 ‘사이언스 카드제’까지 도입했다.
21세기 국가 경쟁력의 핵심이라는 생명공학 분야의 경우 과학자의 부족은 특히심하다. 앞으로 10년 간 60~70% 가량의 인력이 부족할 것이라는 보고서가 최근 나왔다.
과기부는 고육지책으로 의대 인력을 생명공학 인력으로육성하기 위한 ‘의과학센터’ 설립을 20일 제9회국가과학기술위원회에 정식 안건으로 상정할 예정이다.
과학계에서는 과학자의 사회적 지위가 법관이나 의사, 기업가보다 훨씬 뒤쳐져 있는풍토 속에서 획기적인 처방이 나오지 않는 한 국가 과학의 미래는 어두울 것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이진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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