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국내 오페라 무대에서 바리톤 고성현(41ㆍ한양대 교수)이 사라졌다.전국적으로 어느 해보다 많은 20편 가까운 작품이 올라갔지만 어디에도 그는 보이지 않았다.
‘리골레토’ ‘토스카’ ‘오텔로’ 등 많은 오페라에서 빼어난 노래와 연기로 관객을 전율시키던그가 어디로 간 것일까.
멀리서 뒤늦게 소식이 들려왔다. 교수 안식년을 맞아 올 초 유럽으로 갔는데 도착하자마자 출연 요청이 줄을 이어 유럽 무대에서 맹활약 중이라는 얘기다.
이탈리아를 중심으로 활동하면서 최근 서울에서 독창회를 한 베이스 변승욱은 “요즘유럽에서 ‘바리톤 고’의 활약은 무서울 정도”라고 전했다.
독일, 프랑스, 스페인, 이탈리아 등 유럽의 각 극장이 그의 등장을 ‘기적이다’ ‘슈퍼맨의 출현’ ‘극장이 부서지는 줄 알았다’(그는 엄청난 성량 때문에 ‘대포’라는 별명을 갖고 있다)는 등의 표현을 써가면서 놀라움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이탈리아 밀라노의 집에서 기자의 전화를 받은 고성현은 “줄곧 오페라에 출연하다 보니 꼭 극장에 출퇴근하는 기분이다. 힘들지만 뜻 깊고 보람찬 한 해였다”고 말했다.
가장 두드러진 출연작은 독일 쾰른 오페라극장의 ‘리골레토’.
베르디 서거 100주년 기념작으로 5월에 막을 올린 이 공연은 12일 끝나는데 전체 18회 공연의 주인공을 혼자 도맡았다.
지난해 함부르크에서 그의 ‘리골레토’를 본 쾰른 오페라극장장이 초청했다.
독일 비평가들은 “요즘 보기 드문 벨칸토 창법의 족보를 정통적으로 보여주는 소리”라고 칭찬했다.
올 한 해는 그에게 ‘리골레토’의 해였다. 올 초 미국 마이애미를 시작으로 독일 쾰른과 라이프치히, 스위스의 산 갈렌 등에서 약 30회나 했다.
프랑스 몽펠리에, 이탈리아의 시칠리아와 바리에서 한 ‘아틸라’ ‘맥베스’ ‘카르멘’ 등 다른 작품까지 합치면 올해 오페라 출연은 45회정도.
국내에선 많아야 10회였는데 훨씬 바빠진 것이다.
4월 몽펠리에 오페라극장의 ‘아틸라’에서는 조연인 ‘에지오’를 맡았는데 주인공 아틸라보다 더 많은 박수를 받았다.
현지 일간지 ‘미디 리브르’는 그의 등장을 ‘새 별의 탄생’에 비유하며 “에지오 역의 복합적 심리묘사에서 하나의 스타일을 창조했다”고 극찬했다.
눈부신 활약이 알려지면서 베를린 심포니는 베르디의 해를 마무리하는 무대에 그를 초청했다. 16일 베를린 심포니 콘서트홀에서 베르디의 오페라 아리아로 독창회를 갖는다.
오페라 출연 요청은 2004년까지 밀려 있다. 바스티유, 마드리드, 라스팔마스, 함부르크, 프랑크푸르트, 뮌헨, 제네바, 베네치아, 나폴리 등 유럽 주요 극장에서 ‘팔리아치’ ‘카발레리아 루스티카나’ ‘토스카’ ‘맥베스’ ‘타이스’ 등의 섭외가 들어와 감당하기 벅찰 정도다.
그의 유럽 매니저는 몽세라 카바예, 호세 카레라스, 알프레도 크라우스 등 대스타를 관리했던 성악계의 거물 루이자 페트로프. 스페인 성악가의 소개로 지난해 계약했는데 불과 1년 만에 유럽의 여러 극장을 누비게 됐다.
/오미환기자 mhoh@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