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최초로 사체 피부를 기증받아 화상 중환자에게 이식하는 수술이 성공했다.한림대의대 한강성심병원 화상센터는 지난 달 5일 사후 시신 기증을 한 전도사 조모(35)씨의 피부조직을 기증받아 화상 중환자인 이모(25)씨의 왼쪽 팔에 이식했다고 밝혔다.
이제까지 수입된 외국인의 인체조직을 사용한 적은 있으나, 사체 기증을 통해 피부이식이 이루어진 것은 처음이다.
병원측은 환자가 현재 부분적인 거부반응을 보이는 곳은 있으나 전체적으로 양호한 상태라고 밝혔다.
이모씨는 차량전복화재 사고로 몸의 70%가 넘는 화상(3도)을 입고 생명이 위독한 상태였다.
코디네이터 역할을 한 한국조직은행(이사장 김명욱 목사)은 “ 죽어서도 사랑을 실천하려는 한 전도사의 고귀한 뜻에 따라 무료로 사체 피부 기증이 이루어졌다”고 말했다.
피부는 사후 24시간 이내에 적출돼, 글리세린 용액에 담궈 냉동보관됐다가 사용됐다.
수술을 담당했던 김종현 한강성심병원 일반외과 교수는 “생물학적 처치(Biological Dressing)라고 부르는 이러한 수술법은 이미 외국에서는 널리 시행되고 있으나, 우리나라에서는 장기기증이 어려워 현실적으로 피부를 기증받는 경우가 없었다”고 말했다.
생물학적 처치란 화상이 심한 피부 부위가 건조해지거나 세균이 번식하는 것을 억제하기 위해 거즈 대신 다른 사람의 피부 조직을 화상 환부에 살짝 덮어 주는 방법으로, 상처부위 치료 시 통증을 없애주고, 조직의 혈관생성도 촉진시켜 주는 등 많은 장점을 갖고 있다.
또 단백질이 빠져나가거나 적혈구의 손실을 방지하고, 화상으로 노출된 근육 혈관 신경조직을 일시적으로 덮어줌으로써 보호할 수 있다는 것이다.
보통 화상 환자는 화상 부위의 피부 복원을 위해 가피(痂皮ㆍ부스럼 딱지)를 절제한 후 자가 피부 이식을 실시하나, 화상 부위가 전신의 50%를 넘을 경우 자가 피부를 이식할 수 없어 수입 인체조직이나 돼지 피부, 태아의 양막(羊膜ㆍ태아를 둘러싸는 반투명의 얇은 막)을 피부이식에 사용해왔다. 그러나 외국 수입 피부는 비싸고, 안정성이 검증되지 않아 위험하고, 돼지피부는 이식 부위 밑에 세균이 번식하는 등 문제점이 노출돼 왔다.
또 태아양막은 비교적 값은 저렴하지만, 환자 피부에 잘 붙지 않아, 오히려 환부의 치료를 늦추는 부작용을 낳기도 했다.
김 교수는 이식 부위의 감염이 없고, 화상 입은 부위에 새로운 피부(육아)조직이 많이 차 오르고 있어, 환자 상태가 호전되는대로 자가 피부이식을 실시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동종 피부이식은 현재 인체조직 관리 법안이 추진 중이기는 하나, 아직까지는 사체에서 피부조직을 적출하는 행위 자체가 불법이다.
또 피부조직의 보존기간이 제한적이고, 각종 질병 감염 여부 확인 등 해결해야 할 과제가 많다.
/송영주기자 yjsong@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