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디스가 신용등급 전망치를 급작스럽게 조정한 것을 계기로 국제 신용평가기관의 신뢰성이 또다시 도마 위에 올랐다.30일 재정경제부와 관련업계에 따르면 무디스는 지난 1999년 2월 이후 한국의 국가 신용등급과 전망치를 3차례 상향 조정했으나, 3차례 모두 경쟁업체인 스탠다드 앤 푸어스(S&P)가 신용등급을 조정한 뒤 1개월 안에 이뤄져 ‘뒷북 평가’라는 비난을 받고 있다.
99년 1월25일 S&P가 한국의 신용등급을 BB+(투기등급)에서 투자적격등급중 가장 낮은 단계인 BBB-로 올리자 무디스 역시 보름만인 2월 12일 Ba1에서 Baa3로 조정했고, 99년 12월 16일에도 S&P(11월 11일)의 신용등급 조정이 있은 뒤 1개월여만에 Baa3에서 Baa2로 한단계 높였다.
재경부 관계자는 “지난 5월 우리나라에 대한 실사 직후 무디스는 신용등급이나 전망치 조정은 내년에나 검토하겠다고 밝혔다”며 “무디스의 30일 전망치 조정은 다분히 S&P의 눈치를 본 것 때문”이라고 평가했다.
증권업계에서도 이들 국제 신용평가기관이 기업이나 국가의 신용상태 변화를 미리 감지해 사전에 투자자에게 알려주기보다는 ‘뒷북을 치며’ 시장을 뒤쫓아간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동부증권에 따르면 지난 2월초 무디스는 ‘프랑스 텔레콤’의 신용등급 전망을 ‘긍정적(positive)’이라고 평가했으나 이틀 뒤에 프랑스 텔레콤의 신용등급을 강등시켰다. 또 지난 7월초 아르헨티나가 채무불이행(디폴트) 위기에 접어들고 있었지만 무디스, S&P 등은 7월 중순에서야 신용등급을 조정했다.
동부증권은 “신용 평가기관이 아르헨티나 신용등급을 낮추기 시작한 7월 중순에는 이미 아르헨티나의 디폴트 가능성이 알려져 국채 단가가 7월초에 비해 20달러나 떨어진 60달러에 머물고 있었다”고 지적했다.
일부 전문가들은 또 “S&P가 우리나라 국가신용등급을 올리면서 내놓은 경제전망과 불과 두 달 전인 9월27일 S&P 동경지부 지배인의 한국 경제에 대한 평가가 크게 엇갈리고 있다”며 신용등급이 상향 조정된 배경에 대한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민간 연구소의 한 관계자는 “아시아 외환위기 직후 2개월 만에 우리나라 국가신용등급을 투자부적격 수준으로 강등해 놓고도 공개적으로 해명하고 반성한 회사는 피치 IBCA 뿐이었다”며 “신용 평가기관의 오만한 행동으로 신용등급에 대한 신뢰성이 떨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조철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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