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법률이 갖춰야 할 첫번째 조건은 보편성이다.만약 어떤 법률이 특정계층의 이익을 대변하거나, 반대로 무시하도록 돼 있다면 그 법률은 생명력을 잃은 것이나 다름없다.
법률은 바로 만인(萬人)에게 보편적으로 적용될 수 있어야 하는 일반성이 그 생명이기 때문이다.
이런 의미에서 볼 때 29일 헌법재판소가 내린 '재외동포의 출입국과 법적 지위에 관한 법률(재외동포법)'에 대한 헌법 불일치 결정은 사필귀정이다.
그간 우리는 본란(1998년 8월28일자, 9월30일, 99년 8월19일자 등)을 통해 거듭 이 법률안이 보편성이 결여된 '절름발이 법률'임을 강조하고 그 법의 제정에 강력히 반대한 바 있다.
그 이유는 자명하다. 헌재도 지적했지만 무슨 법률이 재외동포의 자격을 어느 지역 동포는 되고, 어느 지역동포는 안 되도록 차별할 수 있단 말인가.
헌재가 이 법안의 평등권침해를 이유로 헌법불일치 결정을 내린 것은 너무도 당연하다.
전체 재외동포 560만명 중 중국과 구 소련거주 250만명이 제외돼 이 법이 재외동포법이 아니라 '재외동포차별법'이었기 때문이다.
우리는 정부가 왜 절름발이 법률이 분명한 이 법안을 그렇게 무리하게 밀어 붙였는지 지금도 이해할 수 없다.
성안과정에서 특히 외교부가 국제적 외교마찰 등을 이유로 그렇게 반대를 했고, 소수민족 문제로 골치를 앓고 있는 중국정부가 외교채널 등을 통해 강력한 반대의사를 표했는데도 밀어붙인 저의를 알 수가 없다.
평지풍파란 이런 경우를 두고 하는 말일 것이다.
김대중 대통령은 취임사에서 "국민의 정부는 상해 임시정부 이래 제1공화국을 뿌리로 해 존재하고 있다"고 분명히 밝혔다.
그럼에도 현 재외동포법은 재중동포나 구 소련거주 동포들을 차별하고 있다. 재판부가 이날 결정문에서 "이 법이 일제시대 독립운동이나 수탈을 피해 조국을 떠났던 재중동포나 구 소련동포를 차별하는 것은 부당하다"고 한 것은 백번 옳은 지적이다.
거듭 강조하지만 보편성이 결여된 법률은 존재할 명분이 없다.
정부가 왜 외교마찰까지 감수하면서 이 법을 지켜야 하는지 알 수가 없다. 굳이 '차별'시비가 있는 이 법이 아니라도 출입국 관리법의 손질 등을 통해 얼마든지 재외동포들의 법적지위를 개선할 수가 있다.
그리고 분명한 사실은 정부는 해외동포들의 현지화를 돕는 일에 우선적 관심을 둬야 한다는 점이다.
국내 지향적 일부 동포들을 위한 위인설법 같은 재외동포법은 재고돼야 마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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