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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불 동물원 '잔인한 겨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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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불 동물원 '잔인한 겨울'

입력
2001.12.0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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폐허가 되다시피한 아프간 카불에서 누구 못지않게 추운 겨울을 보내야하는 것은 카불 동물원의 동물들이다.1992~95년 내전 중 전사들의 잔혹한 학살의 대상이었던 동물들은 탈레반 정권 하에서 철저한 무관심 속에근근이 명맥을 유지해 왔으나 또 다시 생사의 기로에 섰다.

한때 39마리까지 있었던 동물 가족은 17마리로 줄었고, 그나마 사료 공급이 뚝 끊겨올 겨울나기가 불투명하다.

카불 시민의 사랑을 한 몸에 받았던 마리얀이라는 사자는 한 전사의 가족이 우리에 수류탄을 던지는 바람에 한쪽 눈과다른 쪽 눈 95%를 실명한 채 처량하게 하루를 보내고 있다.

동물원의 셰라그하 오마르 관리원은 “과거 내전 때전사들이 식량감으로 동물원의 사슴, 토끼 등을 무차별로 잡아먹었다” 고 말했다.

탈레반 정권이 동물원을 폐쇄하려 하자 동물들에 대한 코란 구절을찾아내 가까스로 동물원을 지켰던 그는 “11명의 관리사들이 7월 이후 한푼도 월급을 받지 못하고 있는 데 동물들은 오죽하겠느냐” 며 “그나마 남아있던건물이 미국의 공습으로 거의 다 부숴졌다” 고 말했다.

이 같은 사정을 전해들은 세계동물수족원협회(WAZA)는 29일 카불동물원을 지원하기 위해 6개월동안 3만 5,000 달러의 기금을 모으기로 했다.

황유석기자

aquariu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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