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정보원의 ‘수지 김 살해사건’은폐의혹과 관련, 검찰 소환조사를 받은 국정원 및 경찰 핵심 관계자 6명이 저마다 진술을 달리하는 바람에 오히려 사건의 실체가 드러나는 묘한 상황이 연출되고 있다. 이전에도 사건 당사자들이 다른 목소리를 내는 경우는 많았으나 같은 조직원 사이에도 진술이 엇갈리는 경우는 드물었다.우선 국정원쪽을 보면 이모 대공수사과 팀장의 경우 “심부름만 했을 뿐 아무 것도 모른다”며 부인으로 일관했다. 그러나 김모 전 대공수사 1단장은 “김승일 전 대공수사국장의 수사은폐 요청을 이 전 청장이 받아들여 내사중단 지시를 내렸다”고 주장, 상관을 곤경에 몰아넣었다.
이에 대해 김 전 국장은 “이 전 청장에게 수지 김 사건의 내막을 설명한 것은 사실이나 수사은폐를 요청하지는 않았다”고 해명했으나 국면을 뒤엎지 못하고 있다.
이 같은 상황은 경찰도 마찬가지. 김병준(金炳俊) 전 경찰청 외사관리관은 당초 “대공사건이라 판단, 국정원 요청에 따라 자료를 넘긴 뒤 청장에게 사후보고 했다”고 주장했었다.
그러나 그는 “이무영(李茂永) 전 경찰청장 지시에 따라 사건을 넘긴 것 아니냐”는 이강수(李康壽) 전 외사3과장의 반박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다가 결국 “청장 지시로 사건을 이첩한 것 같다”고 입장을 번복했다.
이에 대해 이 전 청장은 29일 검찰에 보낸 서면진술서에서 “어떤 사건이 국정원에 이첩됐다는 사후보고는 받았으나 내용은 전혀 몰랐다”면서도 “김 전 외사관리관이 검찰조사 후 전화를 걸어 ‘청장님이 제게 국정원 협조사항을 검토해보라고 하신 것 같다’고 말한 적은 있다”며 곤혹스러워했다.
검찰은 관련자들의 엇갈리는 진술에 오히려 사건의 윤곽이 점차 또렷하게 드러나고 있다고 보고 있다. 이들의 엇갈린 진술을 종합, 재구성해볼 때 김 전 국장과 이 전 청장의 직권남용 혐의가 확실하게 부각된다는 것. 검찰 관계자는 “이제 공소유지에 신경써야 할 것 같다”며 두 사람의 사법처리가 임박했음을 시사했다.
박진석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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