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도 후 5년.지난 1997년1월 6조원이 넘는 빚을 안고 쓰러져 외환위기의 빌미를 제공했고, 그동안 처리 문제로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부실 대명사’ 한보철강의 새주인 찾기가 카운트다운에 들어갔다.한보철강 채권금융기관 공동관리단(주간사 자산관리공사)는 30일 한보철강 매각을 위한 국제입찰 제안서 접수를 마감한 결과 중후산업 권호성씨가 이끄는 AK캐피털과 다국적 곡물업체인 카길이 주도하는 CHB스틸 컨소시엄 등 2개사가 입찰제안서를 냈다고 밝혔다.
▽최종매각까지
공동관리단은 최고 가격을 써낸 응찰자를 채권단 협의회와 법원의 승인절차를 거쳐 내달 8일 최종낙찰자로 선정할 예정이다.
공동관리단은 이후 최종낙찰자로부터 1,000만달러의 계약보증금을 받고 구속력 있는 양해각서(MOU)를 체결하며, 최종낙찰자는 45일 정도 정밀실사를 벌인후 본계약을 체결하게 된다.
이 때문에 실사기간등을 감안하면 올해 안에 본계약을 체결하기는 힘들 것이라는 견해가 지배적이다.
게다가 입찰참여 업체들이 관리단의 ‘원샷’ 입찰 방식에 불만을 토로하고 있고 서로 자격시비를 하는 등 비방전이 심해 최종 낙찰을 둘러싸고 심각한 잡음이 일 것으로 보인다.
또 철강업계 일각에서는 정태수(鄭泰守) 전 한보 회장이 우회적인 지분참여를 통해 입찰에 참여했다는 분석도 내놓고 있다.
자산관리공사 관계자는 “한보철강 매각은 MOU 의무사항을 불이행하면 1,000달러의 위약금을 물어야 하기 때문에, 늦어도 내년 1,2월에는 본계약이 이뤄질 것”이라고 말했다
▽얼마에 팔릴까
97년 8월 포철과 동국제강 컨소시엄이 제시한 인수가액은 2조원.
이 후 몇차례 협상이 무산되면서 지난해 국제입찰로 방향을 바꾼 채권단이 미국 네이버스 컨소시엄과 본계약을 체결했을 당시 인수가격은 4억8000만달러(약 5,400억원)로 뚝 떨어졌다.
이마저도 ‘너무 비싸다’고 판단한 네이버스측의 결렬선언으로 무산되고 말았다. 이때문에 국내 철강업계는 인수 협상 성사 자체를 반신반의 하는 상황이다.
▽정상화까지는 험난
한보철강은 건설 공정률 69%인 B지구를 완공하고 손상된 시설을 복구하려면 1조8000억원의 추가 투자가 필요한 상태여서 인수자는 인수대금을 포함하면 최소한 2조원 이상을 투자해야 한다.
이미 5조원의 자금이 투자된 제철소에 또 수 조원을 추가 투입해야 한다는 얘기다.
이 때문에 그동안 인수의사를 보였던 동국제강 한국철강 INI스틸(인천제철) 등 철강사들은 모두 ‘수익성이 없다’는 이유로 고개를 돌렸다.
이에 따라 한보철강의 향배는 세계 철강업계는전혀 관심이 없고 국제적인 인수합병 게임으로 전락했다.
특히 세계적인 철강경기 침체가 장기화되는 데다 철강재 가격하락으로 수익성이 악화되는 상황에서 누가 인수하더라도 또다른 수렁으로 빠질 우려가 있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김호섭기자
dream@hk.co.kr
■한보철강은 지금
충남 당진군 송악면 고대리 한보철강당진제철소는 겉으로 보기에 부도회사로 느낄 수 없을 만큼 활기가 넘친다. 지난해 하반기 바닥을 친 철근 시세가 최근에 상승하면서 A지구내 봉강공장은 24시간 내내 공장을 풀가동하면서 하루 4,000톤의 철근 뽑아내는 소리가 끊이지 않는다.
분주한 A지구와는 달리 냉연공장과고로가 자리한 인근 B지구는 4년 넘게 황폐하게 버려져 있다. 총 3조4,700억원이라는 천문학적인 돈이 투자됐지만 아직완공조차 안된 50만평 규모의 B지구에는 뼈대와 함께 하늘높이 솟아 있는 75만톤급의 코렉스 고로 설비 2기와 작업이 중단된 각종 기계설비가 녹슨채 나뒹굴고 잡초들만 무성해 적막 감까지 돌고 있다.
설비감가상각 등으로 투자원금 중 82%인 2조8200억원을 이미 허송 세월에 바쳤다. 한보는올 3분기까지 매출 2,630억원에 105억원의 영업이익 흑자를 기록했지만 이자비용, 환차손 등으로 당기순손실이 2,031억원을 기록했다.
김호섭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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