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佛노통 장편 '적의 화장법'벨기에 출신 프랑스 소설가 아멜리 노통(34)의 장편 ‘적의 화장법’(문학세계사 발행)이 출간됐다. 노통은 ‘아멜리를 사랑하는 사람’과 ‘아멜리를 싫어하는 사람’으로 프랑스인을 나눴다는 말을 들을 정도로 인기 있고, 작품성도 인정받는 작가다.
두 남자, 제롬 앙귀스트와 텍스토르 텍셀이 공항에서 주고받는 대화가 내용의 전부인 그의 최근작 ‘적과의 화장법’은 프랑스에서 발간된 지 3주만에 베스트셀러 1위를 차지했다.
노통의 새 책을 즐기려면 두가지 부분을 염두에 두면 된다.
제목에 나오는 적(敵)은 누구이고, 화장법(化粧法)은 무엇인지를 알아내는 것,
또 두 남자의 치고받는 언어 싸움을 유쾌하게 구경하는 것이다. 노통은 ‘텍스트’를 연상시키는 ‘텍스토르 텍셀’이라는 남자의 이름을 통해 적이 내부에 있다는 것을 일찌감치 알려준다.
텍스토르는 앙귀스트의 머리 속에서 짜여지는 텍스트가 화장법으로 위장한 것이다.
숨기고 싶은 죄를 저지른 앙귀스트는 죄를 까발리려는 ‘적이라는 이름의 자아’를 맞아 치열한 싸움을 벌여야 한다.
레고를 갖고 놀듯 언어를 다루는 노통의 탁월한 능력이 발휘되는 부분도 이 지점이다.
철학적 통찰과 해박한 지식, 명료하고 정확한 수사를 버무린 언어의 결투장은 긴박하고 흥미진진하다.
“나는 늘 집단적 인간을 묘사하고, 그것이 잘못 돌아가는 결과를 제시해왔다. ‘적의 화장법’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홀로 있다는 것은 더욱 위험하다는 사실을 강조한 것이다.” 작가의 말이다.
김지영기자
kimjy@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