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일 재외동포법에 대한 헌법재판소의 헌법불합치 결정으로 최소한 2004년부터 외국 국적을 가진 해외동포는 한국을 떠난 시점에 관계없이 한국 내에서 동등한 대우를 받게 됐다.다만 이제까지 사실상 재미동포에게만 주어졌던 혜택이 모든 재외동포에게도 주어질지, 아니면 아예 그 같은 혜택 자체가 없어지거나 대폭 줄어들지는 미지수여서 향후 법개정 과정이 주목된다.
현재 해외에 거주하고 있는 동포는 모두 560만명으로 추산되고 이 가운데 재중동포가 200만명, 구소련동포가 45만명, 한국 국적을 갖고 있지 않은 재일동포 15만명 등 총 260만명이 재외동포법의 적용대상에서 제외돼 왔다.
만일 이들에게도 재미동포와 똑같이 법적 지위를 주는 방향으로 법개정이 이루어질 경우 가장 큰 혜택은역시 한국으로의 출입국 및 취업기회 확보.
그동안 법개정을 강력히 요구해온 시민단체들은 “앞으로 재중동포가 목숨을 건 해상밀입국에 나서지 않아도 되는 것만으로 이번 결정의 의미가 있다”고 말하고 있다.
이외에도 임시정부 설립 및 항일투쟁에 참여한 이들 동포들과 후손들을 법의 테두리안에 포용함으로써‘대한민국이 임시정부의 법통을 계승했다’는 헌법 전문의 취지도 살릴 수 있게 됐다.
현재 1948년 정부수립 이후 한국을 떠난 재외동포에게는 ▦2년간의 체류기간과 기간연장은 물론 재입국허가없이 자유로운 출입국과 ▦체류자격의 활동범위 안에서 자유롭게 취업 등 기타 경제활동을 할 수 있는 혜택이 주어지고 있다.
또한 ▦군사시설 보호구역을 제외한 국내 토지의 취득ㆍ보유ㆍ이용 및 처분이 가능하고 ▦국내 금융기관을 이용함에 있어 내국민과 동등한 권리를 가지며 ▦90일이상 국내 체류시에는 의료보험의 적용을 받을 수도 있다.
그러나 99년 재외동포법 제정 때 제기된 것처럼 현실적으로 재중동포를 비롯한 모든 재외동포를 받아들이는것이 국내 노동시장의 여건악화 등을 야기할 수 있다는 문제점은 여전히 남는다.
우리사회가 사회ㆍ경제적으로 모든 재외동포를 받아들일 여건이 되지않는다는 판단이 설 경우 아예 재외동포법 자체가 없어질 수도 있다.
법조계에서는 현행법의 혜택을 모든 동포에게 부여하는 것보다 혜택의 범위를 줄이면서 합리적인 기준을 통해 개별 동포별로 가급적 출입국과 취업 등의 혜택을 평등하게 하는 방향으로 법개정이 이루어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와 함께개정법이 가능한 한 이중국적의 발생을 회피하려는 국제법 원칙에도 맞아야 한다는 점에서 중국 및 독립국가연합(CIS)과의 외교적 노력도 병행되어야 할 것으로 전망된다.
손석민기자
hermes@hk.co.kr
■재외동포법 탄생 배경
재외동포법은 1999년 제정 당시부터 재미동포에 대한 특혜라는 시비와 함께 사실상 이중국적을 허용하는 기형적인 법률이라는 비판이 끊이지 않았다.
이 법은 97년 김대중(金大中) 대통령의 대선공약에서 출발했다. 정치탄압으로 장기간 미국에 체류하며 재미동포의 애환을 청취했던 김 대통령은 취임 후 법 제정을 법무부에 지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동포이지만 미국시민이어서 한국으로의 입출국 및 재산권행사 등에서 제약을 받아온 부분을 내국인과 같이 하라는 것이 지시의 취지였다.
이에 따라 법무부는 ‘해외에 살고 있는 한민족 동포를 국가발전의 중요한 자산으로 활용한다’는 명분 아래 이중국적 허용은 안되지만 한민족 혈통을 가진 모든 동포에게 내국민과 같은 사회ㆍ경제적 권리를 인정해주기위한 법 만들기 작업에 들어갔다.
그러나 외교부는 “해외동포가 거주하는 해당국가와의 외교마찰이 예상된다”며 반대의견을 개진했다.
한국이 독자적으로 자국 출신 동포에 대한 특혜조치를 마련하는 것은 사실상 이중국적을 허용해 다민족 국가의 반발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는 것이다.
특히 중국과 독립국가연합(CIS)은 자국내의 소수민족을 자극한다는 이유로 항의하는 사태가 벌어졌고 미국도 법 제정에 반대한다는 의견을 내놓았다.
법 제정 과정에서 불법체류자 양산과 국가안보를 고려해야 한다는 의견이 힘을 얻으면서 재외동포의 범위를‘48년 이후 대한민국 국적을 가졌던 자와 그 직계비속’으로 규정, 재중동포와 구 소련 동포를 제외했다.
그 결과 일제시대 독립운동을 위해 만주나연해주 등지로 이주한 독립운동가의 후손이나, 일본에 징용으로 끌려가 소련에 귀화한 사람과 후손은 이 법의 보호를 받지 못해 논란이 계속됐다.
손석민기자
herme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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