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선 조추첨 업무와는 직접적인 관련이 없어 보이는 한국월드컵조직위원회의 법무실장이 부산에서 눈을 부릅뜨고 있는 건 특별한 임무 때문이다. 국제축구연맹(FIFA) 집행위원 및 각국 축구협회 관계자들의 숙소와 행사장 등 소위 ‘통제구역(controlled access site)’에 비치돼 있는 비품을 감시하기 위해서다.이번 조 추첨식에서도 FIFA의 상업성이 유감없이 발휘되고 있다. 숙소 내TV는 물론 미니바의 면도기, 냉장고 속에 비치돼 있는 음료수까지 모두 감시대상이다. FIFA의 공식후원사인 코카콜라의 제품과 별 관련이 없는 식혜 등 비경쟁사의 제품이라고 할지라도 FIFA와 FIFA마케팅 AG, 한국월드컵조직위 3자간 합의가 있을 때만 판매할 수 있다. 그것도 상표를 모두 가려야 가능하다. 국내 브랜드 TV 상표는 이미 테이프 뒤로 몸을 숨겼다.
호텔측은 ‘조추첨 특수’를 누리고 있기 때문에 FIFA의 요구를 순순히 따라주고 있다. 단 면도기의 경우 FIFA 파트너인 질레트사의 제품을 구하기 어려워 경쟁사 제품을 버젓이 내놓고 있는데 FIFA의 레이더를 끝까지 피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이다.
FIFA는 당초 행사장인 부산전시컨벤션센터 뷔페식당까지 행사기간 영업을 자제하도록 요구했다. 결국 민간의 상업행위를 막을 수 없어 식당문을 닫지는 못했으나 식당안내표지는 검은색 테이프로 가려진 상태다. FIFA의 수위가 어디까지 올라갈까. 대회 협약상 FIFA의 상표권과 파트너 보호에적극 협력할 책임을 지고 있는 조직위 관계자는 물론 FIFA 방식에 낯선 이들의 궁금증도 더해간다.
김정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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