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정보원의 ‘수지 김 살해사건’ 은폐과정에 개입한 의혹을 받고 있는 이무영(李茂永) 전 경찰청장은29일 “김승일 전 국정원 대공수사국장이 ‘엄익준(嚴翼俊) 전 국정원 2차장이 사건 은폐를 주도한 것으로 해달라’고 부탁했다”며 김 전 국장의 구명로비 의혹을 새롭게 제기했다.이 전 청장은 이날 오후 검찰에 보낸 ‘서면진술서’에서 “지난해 사무실에서 김 전 국장을 잠시 만난것은 사실이지만 사건은폐 요청을 받거나 내사중단 지시를 내린 적은 없었다”며 “오히려 퇴직 후인 지난 15일 김 전 국장이 ‘엄 전 차장의 요청으로 사건을 은폐한 것처럼 해달라’고 해서 거절한 사실이 있다”고 주장했다.
반면 김 전 국장은 지난 28일 검찰조사에서 “지난해 2월 이 전 청장사무실을 찾아가 5~6분 동안 ‘수지김 사건’의 실체를 자세히 설명해줬다”며 이 전 청장의 주장과 정면으로 배치되는 진술을 했다.
검찰은 이들이 서로 책임을 떠넘기려는 것으로 보고 조만간 이 전 청장을 소환, 사실관계를 확인하는한편 필요할 경우 김 전 국장을 다시 불러 대질신문을 벌이기로 했다.
검찰은 또 김 전 국장이 “수사를 덮어달라고 부탁한 사실은 없다”며 의도적 사건은폐 혐의를 부인함에 따라 김모 전 국정원 대공수사1단장과도 대질신문을 벌일 방침이다.
김 전 단장은 이에 앞서 “김 전 국장의 수사은폐 요청에따라 이 전 청장이 내사중단 지시를 내렸다”고 진술한 바 있다.
검찰은 조사결과 김 전 국장 등 국정원 관계자와 이 전 청장이 상호 협의를 통해 경찰의 수사를 방해한 사실이 인정될 경우 직권남용 및 범인은닉 등 혐의로 사법처리할 예정이다.
검찰은 이와 함께 김 전 국장이 “지난해 2월 엄 전 차장에게 경찰의 내사 진행상황 및 국정원의 대처내용등을 보고했다”고 진술함에 따라 당시 국정원 지도부까지 조사범위에 포함시키는 방안을 검토중이다.
검찰은 엄 전 차장의 사망으로 그 윗선에 대한 보고여부 확인이 불가능한 점을 고려, 임동원(林東源) 전 국정원장 등에 대한 직접 서면조사 방안 등을 논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검찰은 전날 출두하지 않았던 1987년 당시 안기부 해외담당 국장 정모씨를 이날 소환, 당시 정황과 외무부에 대한 외압여부 등을 집중추궁했다.
박진석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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