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고많은 건강 관련 책들이 쏟아져 나오는 요즘이다. 맛있다는 음식, 좋다는 약은 더더욱 지천으로 깔린 것 같은 세상이다.그런데 과연 우리는 우리 몸을 잘 보하고 있나.
“산짐승은 병이 나면 돌아다니면서 약초를 찾아 뜯어먹고, 가두어 놓은 짐승들은 병이 나면 굶는다. 그런데 사람만 병이 나면 이것저것 챙겨먹는다.”
자칭 ‘촌놈’ ‘돌파리(突破理)’ 임락경(林洛京ㆍ56) 목사는 ‘돌파리 잔소리’(호미발행)에서 이렇게 질타한다.
국졸 학력이 전부인 목사, 지금은 강원도 화천군 사내면 광덕3리 ‘시골교회’에서 30여 명의 장애인을 돌보며 생활하고 있는 그가 40년 넘게 순전히 경험으로 체득한 ‘자연과 사람이 함께 살 수 있는’ 실제적인 건강법을 알려주는 책이다.
‘몸으로 나타나는 정신의 건강 상태’를 더없이 구수한 말투로 생생하게 일러준 그를 전화로 만나봤다.
-목사인데 스스로 말마따나 ‘웬 무당 같은 소리’로 건강책을 썼는가.
“열여섯 살 때 이현필 선생의 광주 무등산 동광원에 들어갔다. 유영모 김준호선생이 당시 같이 있었다. 이때 몇 백 명의 결핵환자들 봉사하고, 이후로도 일생 환자들을 돌보다 보니 이제 증세만 보면 병을 알겠다. 책에 쓴것들은 모두 직접 경험한 것들이다.”
-‘시골교회’는 어떤 곳인가.
“장애인 ‘식구’가 30여 명 섞여 산다. 인가기관이 아니라 정부보조가 없는, 원칙적으로는 불법이다. 하지만 이들을 모두 공공기관에서 책임 못지니 그냥 묵인하는 정도가 아니라 오히려 기관장들이 때 되면 인사차 들르곤 한다. 완전 유기농법으로 제조한 ‘시골집된장’을 만들어 운영비의 절반 정도를 충당한다.”
-책을 보니 자연ㆍ인간 일체론을 부르짖는 고상한 에세이나 아름답기만 한 전원의 삶을 찬양한 내용은 아니었다. 사람의 몸, 병, 음식, 약 이야기들이 구체적으로 피부에 와 닿는다.
“나는 무식하다. 독학으로 공부한 것뿐이다. 의사가 아니니 사실 건강 문제로 왈가왈부할 순 없다. 다만 내가 경험한 사실들을 썼을 뿐이다. 그러나 책에 나오는 전래의 건강법, 섭생, 약과 음식 이야기는 무책임해서는 안되니까 모두 의사와 한의사에게 확인받고 교정받은 내용이다. 한국정농회(正農會)와 북한강유기농업운동연합 일을 하면서 실제 그쪽에서 나오는 식품을 가지고 중환자들을 치료했다.”
-건강 이야기뿐 아니라 우리의 생활습관, 나아가 종교ㆍ사회 비판이 들어있다.
“학교 안 가고 병원 안 가고 비료와 농약 안 하고 살아온 농사꾼인 내가 보기에 우리나라 시골 사람들이 가난한 이유는 두 가지, 자식들 학교 보내고 가족들 병원 가는 일 때문이다. 우리에게 정말 이렇게 많은 학교와 병원이 필요한가. 우리가 얼마만큼 건강하게 사느냐 하는 것은 얼마나 자연을 접하고 사느냐에 비례한다. 그 이야기를 하고 싶었다. 귀농학교와 YMCA 등지에서 강연을 했는데, 청강자들이 내용을 책으로 묶어볼 것을 권유해 자비로 2,500부 정도 찍어 나눠 봤다. 그러고도 찾는 사람들이 많아 출판사에서 책을 낸것이다.”
-자연 건강법을 요약해서 말한다면.
“목사가 돈 벌려고 설교하면 가짜다. 농사도 돈 벌려고 지으면 가짜다. 사방에 자연식이다 뭐다 하는데 돈 벌기 위해서 하는 것은 마음에 안 든다. 책에 썼지만 사실 못쓴 것이 많다. 무엇보다 ‘만들어 놓은 거 먹지 말고 직접해 먹어라’고 말하고 싶다. 아무리 바빠도 깨 사다가 기름 짜먹을 수 있고, 고춧가루도 직접 빻아먹을 수 있다. 떡도 만들어 놓은 거 사 먹지 말고 쌀로 해 먹을 수 있다.”
하종오기자 joha@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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