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를 비롯한 프로그램의 질과 시장 장악력은 생각하지 않고 ‘한류’ 열풍만을 믿고 무조건 높은 가격을 받으려는 태도가 수출 경쟁력을 저하시키고 있습니다.”대만에서 한국 방송 프로그램 수입 업무를 담당하고 있는 이희진씨의 지적이다.
한창 기세를 올리던 한류가 요즘 주춤하게 된 원인 중의 하나가 프로그램의 고가수출정책 이다.
현재 우리 프로그램의 수출가는 국가별, 신ㆍ구작 여부, 출연 배우, 지상파 TV 및 케이블TV 동시 방송여부 등에 따라 차이가 난다.
중국에 수출을 할 경우, 신작 드라마에 유명 연예인이 출연할 경우 50분물 드라마는 4,000~5,000달러에 달한다.
구작일 경우에는 3,000달러 정도다. 대만에 수출할 경우는 신작 3,500~4,000달러, 구작 2,500달러이다. 이는 우리 방송사가 미국 프로그램을 수입해 방송하는 가격과 비슷하다.
하지만 최근 중화권과 일본에 프로그램을 수출하는 업체들이 한류만을 믿고 수출가를 높이면서 우리 프로그램의 수출이 하향곡선을 그리고 있다.
프로그램의 저가 수출이 중화권과 베트남에서 한류 붐을 조성하는 큰 원인이었다.
진출 초기에는 우리의 것에 비해 작품의 질이 높다고 평가 받는 일본 프로그램 수출가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수준이었다.
하지만 최근 들어 일본 프로그램의 가격과 거의 같거나 80%선에 육박하고 있다.
대만 등에서 우리보다 인기를 얻고 있는 일본 프로그램이 우리 방송 프로그램에 시장을 잠식당하고 위협받았던 것은 일본의 고가 정책 때문이었다.
베트남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우리보다 먼저 베트남에 진출한 대만이 우리에게 완전히 시장을 빼앗긴 것은 대만이 프로그램의 질은 생각하지 않고 높은 가격만을 받으려 했기 때문이다.
MBC프로덕션 박재복 부장은 “방송 콘텐츠의 해외진출 초기에는 가장 중요한 것이 시장을 넓혀나가는 것이다. 특히 문화 상품의 시장확대는 돈으로 환산할 수 없는 산업적인 효과를 동반하기 때문에 현재 업체에서 추진하고 있는 고가 정책은 문제가 있다”고 말했다.
프로그램의 해외 수출이 활성화하려면 수출가격뿐만 아니라 질도 개선돼야 한다.
드라마 몇 편이 인기를 얻으며 한류를 형성했지만 후속 수출작들의 내용이나 형식, 출연배우 등이 차별화하지 않고 독창성이 없는 점은 개선돼야 한다는지적이다.
또한 음악ㆍ효과(ME)의 영상과의 분리 등 수출국가의 방송 환경에 맞는 프로그램을 제작하는 것도 선행돼야 한다.
배국남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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