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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 우리사회 스트레스 지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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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 우리사회 스트레스 지수는?

입력
2001.11.2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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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보건기구가 정신건강을 주제로 하여 발표한 연례보고서에 의하면 세계 인구 4명 가운데 1명이 일생동안 1번 이상 정신, 신경질환을 앓지만 제대로 치료를 받지 못하고 있다.현재 세계적으로 4억 5,000만여명이 정신ㆍ신경질환에 시달리고 있으며 환자들이 창피하다는 생각에서 또는 방법을 몰라서 전문의의 상담을 받지 못하다가 자살을 시도하는 경우가 1,000만에서 2,000만명, 이 중 죽음에 이르는 경우가 백만명에 이른다.

또 3대 정신질환인 정신분열증과 우울증이나 간질 환자의 상당수가 적절한 치료를 통해 회복될 수 있으므로 정부차원의 정책적 지원과 적절한 치료가 필요하다고 한다.

이 기사를 읽은 뒤 나는 우리나라의 실태는 어떠한지 궁금증이 생겼다.

정신질환의 발생원인에 대해 문외한인 내가 무어라 이야기할 수는 없지만 뇌대사물질의 이상이라는 소인이 잠복되어있는 경우라 하더라도 구체적으로 발병이 되는 것은 강한 스트레스가 주된 요인이 될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강한 스트레스가 늘 존재하는 우리 사회의 정신건강지수가 상당히 낮을 것이라는 짐작이 간다.

개개인이 사람으로서 마땅히 누려야 할 존엄성을 인정받지 못하고 권위주의적이고 수직적인 질서에순응해야만 살아남는 사회풍토가 아마도 스트레스의 주된 요인이 되지 않을까 생각된다.

일찍이 중국 근대 소설의 개척자인 루쉰은 '광인일기'에서 광인의 입을 빌어 유교의 의례규범이 사람을 잡아먹는다고 강변하면서 이러한 식인문화에 물들지 않은 아이들을 구해야 한다고 절규한 적이 있다.

그가 절규하던 시대는 개인주의, 평등, 민주주의와 같은 수평적인 서구열강의 질서와 과학문명이 모범이 되는 한편으로 중국을 침략하는 도구가 되어 있었다.

중국은 수직적인 질서만을 강조하는 오랜 유교적 전통에 매몰되어 갓 일궈낸 공화정이 황제를 옹립하겠다는 움직임으로 인하여 걸핏하면 위태로워지곤 하였다.

다시는 이와 같이 역사의 수레바퀴를 뒤로 돌리려는 이들이 나서지 못하도록 스스로 국민정신의 계몽을 위한 전사가 되고자 하였던 루쉰이 이러한 상황에서 구식 예교를 비판한 것은 당시 수많은 청년들의 환호를 받았다.

루쉰의 소설 속에 나오는 광인은 기득권을 향유하고 기존의 질서에 순응하면서 현실사회의 모순에 눈을 감고 사는 정상인과는 달리 비뚤어지고 잘못된 것을 솔직하게 폭로하는 용기를 가진 존재이다.

물론 현실 사회에서의 정신질환자가 모두 노신의 소설 속 주인공처럼 정의를 추구한다고 보기는 어렵다.

그렇지만 사회의 부조리가 환자를 양산하는 것 또한 부정할 수 없다. 특히 서구사회가 몇 백년에 걸쳐 일궈낸 산업혁명의 과정을 불과 몇 십 년 되지 않는 짧은 기간에 따라잡으면서 우리는 권위주의적이고 수직적인 군사문화에 익숙한 지도층에 의해 일사불란한 개발독재의 소용돌이 속에서 바쁘게 살아왔다.

이렇게 정신없이 앞만 보고 살아오는 과정에서 사회변화의 속도에 발맞추지 못하고 낙오하는 사람들 중 일부는 정신질환자가 될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우리 사회는 이들 질환자를 공동체의 울타리 속에서 보듬어 재활할 수 있게 하는 방안을 연구하는 일에 아주 인색하다.

스트레스가 비단 정신질환의 발병에만 작용하는 것이 아님은 두말할 필요도 없다.

심한 경우 암의 발병에도 스트레스가 주범이라는 이야기가 있다. 암까지는 아니라도 공부를 못한다고 야단맞은 아이의 경우 스트레스 호르몬이 분비되어 학습이 부진해지고 과중한 공부 부담으로 소아정신과를 찾는 아이들이 늘고 있다고 한다.

연예인 마약복용자의 구속 소식이 심심찮게 들리고 알콜중독 문제의 심각성도 만만치 않다.

마약사범이나 알콜중독자 등 사회부적응자를 매도하기 전에 이들에게 가중되는 스트레스의 수위를 낮추는 문제를 다같이 생각해볼 때다.

/윤혜영 한성대 역사문화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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