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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국에서] 16강은 가능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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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국에서] 16강은 가능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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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1.11.2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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잔치는 시작됐다. 26일 우루과이가 마지막 본선티켓을 거머쥠에 따라 2002년 한일월드컵축구대회(제17회) 본선진출 32개국이 확정됐다.그리고 모레(12월1일) 부산 전시컨벤션센터에서 조추첨식이 열린다. 월드컵이 무엇이길래 4년마다 전세계가 이토록 심한 열병을 앓아야 할까.

"축구는 세계를 행복한 한 가족처럼 단합시켜줄 것이다"(줄 리메, 월드컵 창시자), "스포츠는 신앙이다"(쿠베르탱, 올림픽창시자). 두 선각자의 말에서 그 답을 찾을 수 있을 것 같다.

손님맞이를 끝낸 우리와 일본의 심정은 비슷하리라.

성공적인 대회개최와 16강. 축구선진국의 바로미터인 16강진출은 대회성공의 필요충분 조건이다.

주최국의 16강행이 좌절된 전례가 없다는 점에서 더욱 그러하다. 게다가 공동개최의 특성상 한일 양국은 모든 면에서 비교평가를 받게 된다.

두 나라의 동반진출이 모범답안이겠지만 어느 한쪽이 실패하는 순간 공동개최 의미는 반감되고 월드컵은 남의 잔치가 되기 십상이다.

16강은 국민의 염원이다. 5회 연속 월드컵 본선에 나가는 한국에게 이번 대회가 절호의 기회라고들 한다.

이 같은 희망의 근저에는 개최국에 주어지는 프리미엄(시드배정)에 대한 믿음도 부분적으로 자리잡고 있다.

하지만 그것만으로 16강이 보장되지는 않는다. 우선 우리 대표팀의 실력이 일정한 수준에 도달해야 시드배정에 따른 행운을 차지할 수 있다.

지금 많은 사람들이 시드배정이 부릴 환상적인 마술에 미리 취한 나머지 간과하고 있는 게 하나 있다. 본선진출국 32개국 속에 도사리고 있는 함정이 바로 그 것이다.

본선진출국은 프랑스대회(1998년)부터 32개국으로 늘어났다. 실력이 약한 8개국이 추가돼 한국의 1승은 쉬워졌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16강 진출은 과거보다 더 어려워졌다. 24개국이었을 때는 6개조로 리그를 벌여 각조 1, 2위(12개국)외에 각조 3위의 성적을 비교, 4개국이 와일드카드로 16강에 합류했다.

하지만 32개국이 되면서 상황이 완전히 바뀌었다. 8개조로 편성되기 때문에 각조 1, 2위만 자격을 갖는다.

최소 2승을 챙겨야 16강이 어느 정도 보장되는데 2승1패에도 탈락할 수가 있다. 즉 4개국중 3개국이 2승1패로 동률을 이룰 경우 골득실, 다득점순으로 16강행을 가리며 이 방법으로도 안되면 추첨이 동원된다.

한국은 지난해 시드니올림픽과 올해 컨페더레이션스컵 때 2승1패를 하고도 탈락했다. 월드컵본선(4무10패ㆍ54년 대회 2패)에서 1승도 못한 한국으로서는 16강 진출의 길이 여전히 험난하다.

결국 실력을 갖춰야 행운도 따른다. 한국축구의 고민은 32개국중 만만한 상대가 하나도 없다는 점이다.

라이벌 일본에게도 밀리는 추세이다. 세계축구의 흐름에 뒤처져 있다는 반증이다.

축구는 패스의 게임이다. 패스를 주고 받으며 상대진영에 침투한다. 일본은 한국보다 패스타임이 반템포 빠르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유럽은 우리보다 한 템포나 앞선다. 한국이 유럽팀을 만나면 쉽게 무너지는 가장 큰 원인은 바로 패스타임에 있다.

우리 선수들은 패스할 공간이나 상대를 찾아 볼을 끄는 경향이 많은데 반해 일본과 유럽선수들의 패스는 스피디하다.

개인기가 가장 뛰어나다는 브라질선수조차 이제 공을 잡으면 원터치 이상을 하지 말 것을 요구받는다

. 이처럼 상대에게 시간과 공간을 내주지 않는 압박축구는 선진축구의 흐름이다.

16강은 결코 행운의 산물이 아니다. 남은 180여일간 거스 히딩크 감독이 어떻게 대표선수들을 담금질하고, 선수들은 감독의 주문을 얼마만큼 소화하느냐에 따라 16강 여부가 가려질 것이다.

이기창 체육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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