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IT투자 '우물'밖을 봐야합니다"“날씨가 좋은 날엔 운전기사가 모는 자동차 뒷좌석에 기대어 잠시 눈을 붙일 수 있지만 한 치의 앞도 내다 볼 수 없는 ‘불확실성의 시대’에는 최고경영자(CEO)가 직접 운전대를 잡고 바짝 긴장해 차를 몰아야 합니다.”
경기침체로 기업들의 정보기술(IT) 부문에 대한 투자가 올들어 크게 줄어들면서 이들을 주고객으로 하고 있는 한국IBM도 불황타개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신재철(辛在哲ㆍ53) 한국IBM사장은 “기업들의 정보화 시스템에 대한 투자가 지난해 활황 때 보다 크게 위축됐지만 결국 기업들이 치열한 경쟁 속에서 살아 남기 위해선 이 부문에 대한 투자가 불가피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국내 은행 등 금융기관의 정보화 시스템에 대한 투자는 아직 미흡한 수준이라는 게 신사장의 지적이다. 신사장은 “국내 전 금융기관의 정보부문 투자가 미국의 대표적인 한 개 은행의 IT투자규모에도 미치지 못하고 있다”면서 “이런 상황에서 선진금융을 강조하는 것은 우물안개구리가 될 수 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신사장은 “기업들이 경기침체속 비용절감과 효율성 극대화 등을 통한 경쟁력강화를 위해선 전사적 자원관리(ERP)와 고객관계 관리(CRM) 등 사내외 단위 정보망을 연결시켜주는 업무통합형 정보화 시스템의 구축이 필수적이다”고 말했다.
특히 기업의 정보화 시스템이 현실적으로 경영 시스템과 접목될 때 통합정보 시스템은 완성된다는 지적이다. 정보화란 곧 기업의 수익성 확보를 위해선 정보화투자가 최우선시돼야 한다는 것이다. ‘e-비즈니스’란 용어를 처음 만들어낸 IBM의 비전에는 이같이 기업의 가치 창조과정에서 전체 그림을 그릴 수 있는 솔루션을 제공하는 동반자의 열정과 자신감이 묻어난다.
그렇다면 경영(매니지먼트) 중심의 정보화 시스템이란 무엇일까.
35년간 IBM에서만 영업통으로 근무해온 신사장의 주중 스케줄은 항상 중역진들에게 개방돼있다. 새벽 6시부터 밤11시까지 일의 경중에 따라선 어떤 상황이라도 CEO가 금방 달려 갈 수 있도록 만반의 태세를 갖추고 있다.
신 사장에게 직접 업무보고를 하는 사내 22명의 임원은 항상 온-라인 상으로 CEO의 주중 스케줄을 꽤 뚫고 있을 정도다. 신 사장은 금융ㆍ통신ㆍ항공 등 각 사업 영업 본부장이 회사의 주요 업무를 결정하기 위한 자리에 CEO가 필요하다면 언제든지 면담할 수 있도록 배려한다.
CEO는 회사의 업무에 있어 개인이 아닌 회사의 공유물(?) 이란 점을 직접 현장에서 실감할 수 있다. IBM이 추구하는 오픈 경영 시스템의 단적인 예다.
1985년 PC사업 본부장을 맡았던 신사장은 ‘IBM PC 5550(모델명)’의 설계(일본)에서부터 제조(대만), 판매에 이르는 패키지 사업을 5개월 만에 성공적으로 완수해 능력을 인정받았다. 또 치밀한 전략구성과 일의 추진력도 고루 갖춘 CEO로 평가 받는다. 그는 디지털 시대 새로운 경영흐름과 이론을 습득하기 위해 많은 사람들의 의견을 듣는다.
IT업계만큼 기술의 트렌드나 전문용어가 빠르게 변화하는 시장은 없기 때문이다. 시장을 정확히 읽고, 사내의 전문가들을 격려하면서 동시에 팀워크를 이끌어 내기 위해선 끊임없는 자기개발에 노력하지 않을 수 없다는 점을 신사장은 잘 알고 있다.
그는 “향후 국내 기업 정보화 시스템 시장 규모의 성장세를 고려하면 현재 2,200여명의 직원으론 부족하다”며 “장단기적으로 전문인력 확보를 위한 인재육성에 주력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신재철 한국IBM사장은 “CEO의 역할이란 시장과 조직간의 괴리가 없도록 조정하는 관리에 충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장학만기자
local@hk.co.kr
■신재철 사장 어떤 사람
출생-1947년 서울
학력-인천 제물포고(1966)/ 서울대 전기공학(70)/ 서울대 최고경영자 과정 수료
경력-한국IBM 입사(1973)ㆍ영업-기획관리 부장ㆍ제조 유통기관 지사장/ 미국 IBM 본사 근무(84~87)/ 한국IBM 영업총괄관리본부 전무이사ㆍ사업총괄 수석 전무이사/ IBM 아ㆍ태지역 운송 및 공익사업ㆍ에너지 서비스산업 총괄 본부장(94~96)/ 한국IBM 대표이사 사장취임(1996.11)
취미-책 읽기, 여행(1년에 한 번은 가족들과 함께 여행을 즐김)
주량-회식일 경우 폭탄주 선호
종교-천주교
가족-부인과 2녀
주변-개인평가 무색 무취 (투명하며 합리적)
e메일-ccshin@kr.ibm,com
■한국IBM㈜ 어떤 회사- 국내진출 34년 IT 대표기업
한국IBM은 1967년 4월 미국 IBM이 국내에 설립한 현지법인으로 올해로 창립 34주년을 맞은 대표적인 정보기술회사.
67년 당시 경제기획원 조사통계국에 컴퓨터 IBM 1401을 처음 설치, 국내에 최초로 컴퓨터 시대를 열었다. 한국IBM은 현재 LG IBM PC등 11개의 합작회사와 하드웨어 및 소프트 웨어와 서비스 관련 200여개 협력회사를 두고 있는 글로벌 기업. 82년 ‘국제기술구매사무소’를 설립한 이 회사는 국내 컴퓨터 제품을 IBM 해외공장에 수출하는 데 기여했다.
지난해 수출규모는 약 25억 달러. 또 88년엔 ‘시스템 공학센터’를 세워 서울올림픽의 정보처리 분야를 공식 후원한 이 회사는 그 동안 수 천명의 고급 소프트 웨어 및 시스템 엔지니어를 배출해왔다.
각종 산학협동과 문화사업, 사회지원 활동을 벌이고 있는 이 회사의 지난해 매출액은 7,316억원으로 전년(6,123억원)대비, 19.5%의 높은 성장률을 기록했다. 올해도 두 자리수 성장을 기대하고 있다.
부산을 비롯 울산과 대구, 순천, 광주, 대전, 창원 등 7개의 지방 사무소를 두고 있는 한국IBM의 현재 직원 수는 2,100여 명. 올들어 11월말 현재까지 한국 IBM에 신규 입사한 직원은 270명. 내달까지 100명의 신규직원을 추가 채용할 계획. 문의(02) 3781-6931, 7114
■나의 키워드-"IBM에 맡기면…"
*“ IBM에 맡기면 확실하다는 말을 듣게 하자.”
의사결정 과정에선 여론을 편견 없이 듣지만 일단 결정된 것은 책임 있게 추진하는 경영스타일의 신 사장은 항상 내외적으로 ‘믿음 경영’을 강조한다. 믿음의 첫 걸음은 사내에선 무엇보다 인재 존중.
그는 “이해 당사자 만큼 가장 좋은 해결책을 쥐고 있는 사람은 없다”는 믿음으로 직원 전체들에게 ‘참여경영’을 독려해왔다. 신사장 취임 후 ‘직원 자문회의’ 등을 구성, 직원들의 창의적이고 역동적인 참여가 함께하는 경영 시스템을 정착시켰다. 또 고객과의 약속을 무엇보다 중시해 ‘IBM에 맡기면 확실하다’란 평가를 받는 것을 목표로 삼고 솔선수범을 보이고 있다.
*“ ‘열린 경영’이란 선언이기 보단 집행과정에서 비로소 완결된다.”
한국IBM에는 ‘Tell CC’라는 독특한 제도가 있다. 이는 ‘신사장(CC)한테 직언(Tell)한다’는 취지로 신사장 취임 이후 창안된 일종의 소원 수리제도. 직원들의 다양한 의견과 회사에 대한 고충을 CEO에게 직접 전달하고 CEO로부터 그 해결책과 답변을 구하는 형식으로 이뤄진다.
신 사장이 취임이래 직접 답변을 챙기고 있는 ‘Tell CC’는 지난 5년간 연 평균 80여건이 처리돼왔다. ‘Tell CC’로 제기된 문제와 그 조치는 수시로 사내 전산망을 통해 공개된다. 올해 신사장은 역동적인 조직문화를 창출하기위해 한국IBM의 근무복장을 정장에서 비즈니스 캐주얼로 바꿔 사내에서 큰 호응을 얻고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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