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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남북 긴장 부추겨선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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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남북 긴장 부추겨선 안된다

입력
2001.11.2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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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 테러전쟁 여파로 한반도 정세가 경색된 가운데 긴장을 고조시키는 악재가 잇따르고 있다.미국이 북한을 대 테러전쟁 대상으로 거론하는가 하면, 북한은 난데없는 휴전선 총격 사건으로 긴장감을 더하게 한다. 아직 위험한 수준은 아니지만 경각심을 갖고 신중하게 대처해야 할 것이다.

이런 민감한 상황에는 냉철하게 정세흐름을 읽는 자세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이럴 때 흔히 난무하기 마련인 강경 발언과 거친 몸짓에 마냥 놀라고 불안감에 휩싸이다 보면, 스스로 긴장을 높이는 방향으로 내닫기 쉽다.

대 테러전쟁은 아직 먼 곳에서 진행되고 있고, 우리의 절대적 명제는 한반도 긴장 완화라는 사실을 되새겨야 할 것이다.

미국 일각에서 북한을 다음 공격대상으로 거론하는 것은 분명 우려할 일이다. 그러나 근거와 의도가 불투명한 강경 주장에 덩달아 북한의 위협을 떠들 건 아니다. 북한의 군사적 능력은 우리 자신이 잘 알고 있고, 새삼 불안과 공포를 느낄 정도는 아니다.

미국이 이라크는 몰라도 북한까지 공격할 가능성도 객관적으로 희박하다. 북한의 생화학무기 능력이 대단하다는 주장이지만 검증된 것은 아니다.

또 이를 테러에 사용하거나 테러 조직과 연계된 징후는 없다. 대 테러전쟁의 후속 표적으로 삼을 명분 자체가 없는 셈이다.

미국은 전쟁 명분을 강화하고 아프간의 혼돈상에 대한 관심을 분산시키기 위해 중구난방식으로 확전을 거론하는 측면이 있다. 그러나 이런 정세 악화에 몰린 북한이 고슴도치처럼 잔뜩 움츠린채 가시를 세우는 것은 당연한 방어 본능의 발로다.

북한은 일반적 인식과 달리 외부 공격에 대한 공포와 국가 존망의 위기감에 갇힌 집단이다. 그 피해 의식이 폐쇄성과 공격성의 근본 바탕이다.

휴전선 총격은 여러 정황에 비춰 단순 오발사고로 보이지만, 의도적인 경우에도 ‘날 건드리지 말라’는 선제 경고 수준을 넘지 않는다고 본다. 진상을 조사하고, 잘못을 사과 받으면 될 일이다.

대 테러전쟁 전선이 정리되고 미국의 전략 구상이 뚜렷해 질 때까지 한반도 정세와 남북 관계는 불안한 경색을 벗어나기 어려울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그럴 처지도 못 되는 북한의 오판 따위를 경계하는 것은 허황되다.

우리 자신의 안전을 위해서는 미국과 북한을 함께 설득하고 달래는 주체적 노력이 긴요하다. 공연히 위협을 과장하고 불안과 긴장을 부추기는 것은 무책임하고 어리석다. 그렇게 해서 우리가 얻을 것이 무엇인지를 생각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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