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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상원기자의 5pm to 9am] 압구정 캘리포니아 휘트니스 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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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상원기자의 5pm to 9am] 압구정 캘리포니아 휘트니스 센터

입력
2001.11.2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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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거리보며 운동…기분 끝내줘요"강남 신문화 1번지 청담동. 이곳은 밤이 깊어가면 더욱 조용해진다.

인근 고급 레스토랑이나 바에서 나온 사람들은 거리를 걷지 않는다. 타고 온 차를 이용해 조용히 빠져나갈 뿐이다. 종로나 강남역의 떠들썩함과는 다른 그곳만의 밤 문화다.

이곳에는 원래 휘황찬란한 야경도 없었다. 고요한 주택가 곳곳에 숨어있는 가로등 역시 숨을 죽이고 있다.

그런데 지난달 이 거리에 네온 불 빛 요란한 건물이 들어섰다. 거리를 마주한 5층 건물 넓은 통유리창 너머로 말없이 달리는 사람들이 보인다. 압구정 캘리포니아 휘트니스 센터.

26일 오후 10시. 문을 열고 들어서자 화려한 조명과 신나는 댄스음악이 눈과 귀를 어지럽힌다.

바깥 거리의 고요함과는 상관없이 헬스클럽 특유의 역동성이 느껴진다. 밤이 깊었는데도 운동을 하는 사람들로 가득하다.

강사 윤명구(34)씨는 “오전보다는 밤에 운동하는 사람들이 많다. 근육이 이완된 상태이고 운동이 끝나면 바로 휴식을 취할 수 있어 밤에 운동하는 것이 유리하다”고 말했다.

2층으로 올라서자 수백 대의 달리기와 자전거 운동기구가 눈에 띈다. 첨단 센서가 장착돼 자신에게 맞는 운동량을 조절해준다.

3층 에어로빅룸에는 강사의 몸짓을 따라 하는 수강생들이 보인다. 지방을 태워버리려는 듯 움직임이 격렬해진다. 에어로빅 강의는 오후 11시까지 한 시간 간격으로 이어진다.

이곳은 2,100평 규모에 수백 종의 운동장비를 갖췄다. 가입비 30만 원대에 월 회비 10만 원 정도. 샤워시설과 사우나까지 준비돼 있다.

5층에는 여성전용 운동공간도 있다. 오전 6시부터 자정까지 운영한다. 앞으로는 24시간 문을 열 계획이다.

첨단 시설만이 이곳의 매력일까. “1주일에 다섯 번 정도 찾는다. 잠들기 전 어두운 거리를 내려다보며 운동을 하는 기분은 해보지 않은 사람은 모른다. 창가 자리가 더 인기다.” 학생 손수호(25)씨의 설명이다.

운동복으로 갈아입고 넓은 창 앞에 선다. 최신 유행을 선도하는 부의 상징, 청담동 거리를 내 발 아래에 둔다.

추위에 발을 동동 구르며 버스를 기다리는 사람과 반팔 차림에 땀을 빼는 사람이 공존하는 세상. 지배의 환상 속에서 갑작스런 어지럼증이 몰려온다. 높이의 현기증이다.

/정상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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