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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기고 / 종군기자는 후퇴할 때도 최후미에 서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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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기고 / 종군기자는 후퇴할 때도 최후미에 서야

입력
2001.11.2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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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과 혁명의 격변기를 기록하는 저널리스트의 시선은 도박을 할 때나 승부수를 둘 때의 것과는 전혀 달라야 할 것이다.물론 종군 기자는 건곤일척의 기회를 찾아서 때로는 전선을 가로지르고 때로는 목숨을 건다.

따라서 자기 책임아래 직업적인 용기와 개인적인 용기를 모두 발휘하게 된다. 그 순간이 저널리스트에게는 가장 고독하다.

그 대신 종군 기자는 행동주의적인 인도주의자가 되어야 한다. 그의 기록은 '냉철한 숫자와 깨끗한 서정과 체험 속에서 우러나는 명증(明證)'이 용해된 것이라야 한다.

그는 가슴에 슬픔을 품고 인간을 사랑하는 시인이 되어야 한다.

홍윤오 특파원이 아프가니스탄에 진입하여 보낸 르포르타주는 인간파괴와 죽음의 현장을 감케 하는 것이었다.

한국일보에 근무하던 시절 사이공의 최후를 기록한 경험이 있기에 나에게는 더욱 절절이 전해오는 내용 이었다.

특히 나는 '팍스 아메리카나'를 전파하는 미국의 저널리즘을 불신하던 차였다.

미국 저널리즘은 아프간 전쟁을 다루는 논조에서 미국의 '선전모형'(프로파간다 모형)에 충실할 뿐이었다.

나는 홍윤오 특파원이 한국기자로는 처음으로 아프가니스탄에 진입한 것을 알고 우리 눈으로 올바로 현장을 볼 수 있다는데 안도감을 느꼈다.

제1신에서 제5신까지 이어지는 홍 특파원의 현장 취재기는 침착하게 '숫자와 정서와 체험'으로 서술한 것이었다.

아프가니스탄의 수도 카불에 들어가서 보낸 제3신의 짧은 도입부는 비장미가 있었다.

"…18일 아침 아프가니스탄의 수도카불에선 생동감이 느껴졌다. 청명한 초겨울의 하늘은 눈이 부시도록 푸르렀다. 햇빛은 매연과 흙먼지로 뒤덮인 회색 빛 시가지를 잔인할 만큼 적나라하게 비추었다. 거리는 차들로 뒤엉키고 시장으로 생필품과 먹거리들을 팔러 나온 노점상들과 인파로 북적거렸다…."

이 대목은 '사이공 최후의 날'에 내가 묘사한 창백한 미관의 사이공 정경과 아주 흡사한 정서를 담았다.

" 비상식량으로 미군의 C-레이션 깡통 식량을 내게 공급하던 할머니도 벌써 길바닥에 나와 앉아 있었다. 저만치 웬후에 거리 끝에 서 있는 프랑스 아류의 하얀 시청 건물은 떠오르는 아침 햇살을 받아 눈부시게 반사했다….”

홍특파원의 제4신 알카에다 병영의 기록은그 동안에 보아왔던 외신 보도의 허구를 찌르는 내용이었다. 고달프고 모진 조직원들의 모습이 떠오르게 했다.

“…직접 확인할 수 있는 테러와의 연결고리라면 기독교 서구문명에 대한 상대적인 박탈감과 증오,적개심 이었다. 그건 눈에 보이지 않는 데다 총이나 폭탄으로는 결코 응징할 수 없는 것들이다. 전쟁 초기 외신으로 접했던 잘랄라바드의 알 카에다 캠프는 온갖 대량 살상무기가 구비된 잘 조직된 테러 양성소였다. 하지만 실제 눈으로 확인한 이곳은 초라하기 그지없었다."

제5신의 짧은 결말은 종군 기자의회의를 담아냈다.

"…하지만 따지고 보면 최근의 전쟁은 언제나 이런 빈곤한 곳에서만 일어난다. 종군 기자들은 전쟁의 원인은 알지도 못하고 부유한 나라의 잣대로 기사를 쓰고는 떠나 버린다. 기자도 머잖아 이 '지긋지긋'한 곳을 떠나겠지만 마음은 편치가 않다. 과연 전쟁의 진실을 얼마나 보았던 것인가를 자문하게 된다."

한국일보의 장기영 창간 발행인은 다음의 명언(졸저 '사이공 최후의 새벽' 권두에)을 남겼다.

'전진할 때는 선봉부대와, 후퇴할 때는 최후미부대와 같이 행동하는 것이 기자다. 그래서 그 위치는 항상 위험하다.'

지금 이 명언은 홍 특파원이 들을 차례다.

/안병찬 경원대 행정대학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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