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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프세상] (126) 시니어투어로 옮기는 '신사 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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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프세상] (126) 시니어투어로 옮기는 '신사 벤'

입력
2001.11.2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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벤 크렌쇼만큼 골프팬과 동료들로부터 사랑과 존경을 받는 현역골퍼도 드물 것이다. 그리고 그만큼 골프의 특성과 전통을 사랑하고 즐긴 사람도 없을 것이다. 미국의골프팬들은 그를 ‘신사 벤’이란 애칭으로 부른다. 벤 크렌쇼가 이런 애칭을 얻게 된 에피소드를 알면 아마추어 골퍼들이 어떻게 골프를 대해야 하는가 깨닫게 된다.그는 화려한 아마추어시절을 마감하고 프로로 전향하자마자 처녀 출전한 대회에서 우승, 잭 니클러스를 이을 신예골퍼로 각광을 받았었다. 그러나 그의 탁월한 퍼팅능력에도 불구하고 불안정한 드라이브 샷과 부드러운 심성 때문에 준우승을 차지하는 일이 잦아 ‘우승할 뻔했던 선수’라는 별명이 따라다녔다. 골프 팬들은 그런그를 더 좋아했다. 승패에 지나치게 집착하지 않으면서 골프 자체를 즐기는 자세, 어떤 상황에서도 얼굴을 떠나지 않는 소년 같은 미소, 철저하게 상대방을 배려하는 태도 등을 보며 그를 사랑했다.

골프팬들을 완전히 감동시킨 사건은 1995년 오거스타내셔널 골프코스에서 벌어진 18회 마스터스대회에서 일어났다. 이미 마스터스대회의 그린재킷을 입어본 적이있는 벤 크렌쇼는 두 번째 메이저대회 우승을 고대하고 있었다. 그런데 대회가 시작되기 직전 절친한 친구인 하비 페닉이 사망하자 그는 친구의 관을운반하기로 자청했다. 연습보다 친구가 더 소중했다고 판단한 것이다. 그는 장례식에 참석할 예정이었던 데이비스 러브 3세에게 전화를 걸어 “나 대신열심히 연습해 그린 재킷을 입어라”며 경기에 대비하도록 했다.

벤 크렌쇼는 친구의 장례식을 마치고 허겁지겁 마스터스대회에 참가했다. 친구를 잃은 슬픔 때문에 경기에 집중하기가 어려웠지만 기대 밖으로 게임은 순조롭게 풀렸다.결국 마지막 라운드에서 그는 데이비스 러브 3세를 한 타 차로 누르고 우승했다. 우승 퍼팅이 성공하는 순간, 그는 18홀 그린에서 한동안 무릎을꿇고 눈물을 흘렸다. 피를 말리는 경쟁에서 이겼다는 기쁨과 함께 저 세상으로 간 친구를 기리는 마음이 뒤범벅이 되어 솟구치는 눈물이었다.

대회가 끝난뒤 데이비스 러브 3세는 “내가 만일 다른 선수에 의해 우승을 놓쳤다면 매우 실망스러웠을 것이다”며 벤 크렌쇼의 우승을 진정으로 축하해주었고 벤크렌쇼는 “나는 정말 데이비스가 2등이 아니길 빌었다”고 털어놨다. 그린의 신사 벤 크렌쇼가 50세가 되는 2002년1월 11일부터 시니어투어로무대를 옮긴다. 골프팬들은 PGA투어 19회 우승의 ‘신사 벤’이 시니어투어에서 보일 원숙한 신사도를 기대하고 있다.

/방민준 광고본부 부본부장 mjba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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