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클릭www.세상읽기] (138) 불법복사와 표절은 형제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클릭www.세상읽기] (138) 불법복사와 표절은 형제

입력
2001.11.28 00:00
0 0

'위기'라는 말이 흔한 탓인가, 웬만한 위기설에는 마음이 움직이지 않는다.그러나 학술서 출판이 위기라는 말은 마음을 친다. 대한출판협회(

http://www.kpa21.or.kr)를

비롯한 몇 출판단체와 학술서 전문 출판사들이 학술서를 더 이상 출판할 수 없다고 선언하고 발표한 자료집을 보면 그 말이 더욱 마음을 친다.

출판위기만 느껴지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저술의욕 저하도 예상된다.

더불어 "아, 우리나라는 지적소유권 우선 감시대상국에서 벗어나기 어렵겠구나"하는 생각이 드는 때문이다.

자료집에 따르면 학술서 전문 출판사들은 출판업을 계속하기 어렵다.

대학가에 불법복사가 일상화되어 있는 때문이다. 대학생들이 책을 사지 않고 복사해 쓰는 잘못된 풍토가 해가 갈수록 심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대체적으로 보아 학생들의 5분의 1 정도만이 책을 구입해 사용한다. 학술서 반품율이 85%인 점을 보면 분명하다.

물론 더 한 예도 있다. 500명이 수강한 과목에서 4만원 정가의 교과서를 구입한 학생은 단 두 명, 나머지는 모두 1만원의 복사본을 구입한 대학의 사례도 있다.

대학가에서 학기 초, 과대표가 복사비 거두어 단체로 책을 복사해 나눠 쓰는 일은 오래도 된 일이지만 학생들이 저작권에 대해서 무감각하기 때문에 벌어지는 일이다.

사실 우리에게 저작권이라는 개념은 아직 뿌리가 탄탄하지 못하다. 지난해 한 복사업체가 법조인들에게 불법복사 법률서적을 판매하다가 적발된 사례를 보면 그 뿌리의 허술함을 짐작할 수 있다.

지식을 숭상하기는 했으나 책은 귀하고 경제는 어려웠던 시절, 책 도둑은 도둑이 아니라고 두둔하던 인식과 불법복사물로라도 공부에 매달리는 일은 잘못이 아니라는 인식은 궤를 같이 하는 것도 같다.

그러나 세상은 변했다. 학생들이 책값을 아끼려 별 의식 없이 책 복사해 나눠쓰기를 하는 일이 학술서 출판사를 쓰러뜨리고 지적소유권 우선 감시대상국으로 우리를 전락시킨다.

학술서 인쇄부수를 생각하면 학술서 출판 위기설은 더 고개가 끄덕여진다.

한 출판인의 말이 생각난다. “5년 전만 해도 학술서를 처음 인쇄할 때 2,000~3,000부를 찍었지만 최근에는 500부를 찍는 데 멈춘다. 그런데도 반품율이 85%이다. 학술서라 해도 최소 1,000부 이상은 팔려야 제작비가 나오는데, 누가 출판사 하겠는가.”문학서, 실용서 찍는 출판사들만 살아 남을지도 모르는 일이다.

복사업소는 많기도 하다. 대학가에만 1,000여 개라고 한다. 이들에게는 새 단체(http://www.mypod.co.kr)도 불법복사단속에 저항하라고 가르친다. 생계 위협이 따른다는 것이다.

한 출판인의 말은 음미해볼 만하다. "교수들의 논문표절은 대학 때부터 복사본을 사용한 관행과 맞닿아 있다." 카피레프트 운동에 자극받아 불법복사는 하는 학생이 있다면 그 정신을 잘 살필 일이고 교수들은 복사물 지참 학생을 훈계할 일이다. 단속보다 의식을 바꾸는 것이 먼저이다.

/박금자 편집위원 parkj@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