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일 오전 금융시장. 한국은행의 1조 규모 국고채 매입 예고에 따라 채권 수익률은 잠시 숨을 고르면서 하락세로 출발했다.한은이 통안증권 및 국고채를 매입한다면 시장에는 그만큼 채권이 줄고 유동성이 공급되므로 채권값이 올라갈 것(금리하락)이기 때문이다.
폭등하는 금리를 잡으려는 한은의 '작전'은 일견 성공적인듯 했으나 오후 2시께 재정경제부의 외평채 추가 발행 시사 발언으로 여지없이 흔들리기 시작했다.
이날원·달러 및 원·엔 환율이 전날에 비해 하락세를 보이자, 다급해진 재경부측이 "외평채 발행 한도가 아직 넉넉히 남았다"거나 "3조원 규모의 외평채를 추가 발행할 수 있다"는 식의 구두개입에 나선 것이다.
환율 추가 하락을 막기 위해 매각대금으로 달러를 사들이는 외평채 발행을 오히려 늘리겠다는 이 발언은 결국 채권 시장의 극심한 혼란으로 이어졌다.
채권 시장의 한 관계자는 "한은은 다급하게 채권을 사들이겠다고 나서고, 재경부는 채권(외평채)을 오히려 더 늘리겠다고 나선 상황이 됐다"며 "이날 불안하게 흔들리던 금리가 결국 또 오르막세로 끝난 것도 이 같은 혼선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최근 외국인 증권투자 자금의 대거 유입으로 야기된 환율 급락세는 조만간 무역수지등 실물경제에도 악영향을 미칠 것이 분명하다.
재경부의 외환시장 구두개입 역시 이를 방지하기 위한 급박한 선택이었을 것이다. 하지만 이날 벌어진 한은과 재경부의 상충하는 시장개입은 결국 두 마리 토끼를 다 놓치는 결과로 이어졌다.
당국자들은 일관성만이 시장을 제어할 수 있다는 점을 다시 한 번 상기해야 할 것이다.
장인철 경제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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