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사설] 인권 의식 가다듬는 계기로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사설] 인권 의식 가다듬는 계기로

입력
2001.11.27 00:00
0 0

국가인권위원회가 어제 출범했다.우여곡절 끝에 사무처 직원도 없이 업무를 시작한 첫 날 인권 침해및 차별을 조사해 달라는 진정이 쏟아졌다.

국립의대 교수는 장애인 제자를 보건소장에 임용할 수 없다고 외면한 지방자치단체를 고발해 첫 진정인이 됐다.

불법체류 외국인 학대를 조사해 달라는 진정, 중국 동포를 차별하는 재외동포법 시정 호소 등이 이어졌다.

인혁당 사건 유족과 민주노총의 기본권침해 하소연도 빠지지 않았다.

하나같이 새로울 게 없는 진정이고 요구다.

오래 삭이지 못한 울분을 안고 새벽부터 달려온 진정인이 많은 현실은 '사회적 약자의 인권 회복'이란 국가인권위원회 설치 목적을 새삼 떠올리게 한다.

그만큼 우리 사회에는 힘없는 사람의 인권이 짓밟히고 구제되지 않는 어두운 구석이 많고, 인권위가 해야 할 일이 쌓여 있다는 사실을 일깨운다.

그러나 우리는 인권위원회 출범이 큰 관심을 끌지 못하는 현실부터 지적하고자 한다.

인권 의식이 높아졌다지만, 스스로 인권을 지키고 구제 수단을 찾지 못하는 사회적 약자의 인권은 남의 일로만 여기는 사회 분위기 탓이 크다.

이에 따라 개인이나 국가기관을 가림 없이 수단과 절차의 정당성을 엄격하게 따지고 좇기 보다는, 관행과 편법을 앞세워 권리를 찾는 풍토가 굳어졌다.

인권위는 이런 그릇된 현실을 바로 잡아 인권 선진국에 이르는데 훌륭한 디딤돌이 될 수 있다는 사회적 인식이 무엇보다 필요하다.

국민의 정부가 적극 추진한 인권위 설치가 법무부 등의 이견과 견제로 난산을 거듭한 사실은 앞으로도 교훈 삼을 만 하다.

생소한 인권위 활동은 검찰과 경찰, 군 및 행정기관 등의 업무 수행과 갈등을 초래할 것이 당연하다.

또 권한조정에도 불구하고 법원, 헌법재판소 등의 권리구제 절차와 중복될 여지가 있다.

이런 장애를 극복하고 인권 보호의 큰 뜻을 이루려면 관련기관 모두가 배타적 권한보다는 인권을 절대 가치로 여기는 의식이 요구된다.

또 이를 통해 국가 권력자체를 선진화한다는 대국적 자세를 가져야 할 것이다.

기존 기관이 이기적 고려에 집착한다면 인권위는 유명무실화할 우려마저 있다.

이는 사무처 충원과 민간전문가 특례 채용을 둘러싼 관련부처와의 갈등으로 이미 예고됐다.

인권위도 조급한 의욕을 자제하는 지혜가 필요하지만, 국가기관을 비롯한 사회 전체가 인권 의식을 새롭게 가다듬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

그 것만으로도 인권위 출범은 뜻 깊다고 믿는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