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장실 유머로 치부되던 성적 농담을 스크린으로 끌어냈던 ‘아메리칸 파이’ 와 공포영화의 패러디‘무서운 영화’의 속편이 30일 나란히 개봉한다.전편의 틀을 크게 벗어나지 않으면서 과연 더 웃길 수 있을까. ‘1편 만한 속편 없다’는데…
■아메리칸 파이2
목숨 걸다시피 총각딱지 떼기에 몰두하던 ‘아메리칸 파이’의 사고뭉치들이 2년 만에 다시 뭉쳤다.
이제 대학생도 됐으니 좀 달라졌겠지 하는 기대를 그들은 산산히 무너뜨린다.
여전히 관심은 온통 섹스 뿐. ‘아메리칸 파이 2’(감독 J. B. 로저스)는 전편의 출연진과 캐릭터와 에피소드가 그대로 연결된다.
대학진학으로 뿔뿔이 흩어졌던 다섯명의 고교 동창생이 해변가 별장에서의 환상적인 첫 대학방학을 꿈꾼다.
나디아와의 재회를 기약하며 맹렬히 준비에 들어간 짐(제이슨 빅스). 애플파이로 시험하던 엉뚱함이 어디 가랴.
에로비디오에서 한 수 배우려다 러브젤을 순간접착제로 착각해 한바탕 소동을 벌인다. 케빈(토마스 이안 니콜라스)은 고교시절 친구인 비키와 옛 감정을 되살리려 하지만, 남자친구를 데리고 나타난 비키는 친구로 남기를 원한다.
일편단심인 오즈(크리스 클라인)는 헤더가 해외봉사활동을 떠나자 ‘전화’로 이야기를 나누려 하지만 번번이 친구들의 방해로 실패한다.
핀치(에디 케이 토마스)는 동양적 수련으로 남성적 능력을 한층 강화하고, 스티플러(션 윌리암 스코트)는 별 성과 없는 여자사냥에 시간을 보낸다.
여전히 섹스만 밝히고, 성에 대한 농담의 수위도 한층 높아졌다. 여성 동성애 커플을 엿보기 위해 민망한 짓도 서슴지 않는다.
그렇더라도 삶의 경험이 풍부해진 만큼 성숙한 모습도 보여준다. 짐은 나디아란 허상 대신 자신에게 맞는 짝 미쉘을 찾아내고, 케빈은 비키와의 우정을 찾는다.
/문향란기자 iami@hk.co.kr
■무서운 영화2
신부와 이웃들이 모여 흥겹게 노래를 부르고 있다. 이 때 잠옷 차림으로 나타난 소녀는 선 채로 오줌을 싸면서 욕을 해댄다.
여기까지는 ‘엑소시스트’ 원작에 가깝다. 그런데 소녀의 소변은 그칠 줄 모르고 화가 난 엄마는 아이를 오줌 판에 깔아 뭉갠 후 두드려 패기 시작한다.
패러디 영화 ‘무서운영화 2’는 이렇게 시작한다.
이번에는 대작을 많이 패러디했다. ‘헌티드힐’에서처럼 수면장애를 연구한다는 미명하에 몇 명의 청춘남녀가 몰려들지만, 이들은 곧 유령의 포로가 된다.
악령과의 전투에 앞서 비둘기가 날아 다니고( ‘미션 임파서블 2’), 이리저리 헤매다 모인 세 여자들은 트라이앵글 대형으로 멋진 발차기( ‘미녀 삼총사’)를 보인다.
그러나 기본적인 틀은 ‘오스틴 파워’와 마찬가지로 화장실 유머.
근엄한 신부는 구토로 적을 무력화 시키고, 투명 인간과의 섹스에 여자는 흥분하고, ‘저통’을 잡으라는 여자의 말에 남자는 여자의 가슴을 움켜 쥐고, 몸매 잘빠졌지만 얼굴은 썩어가는 유령과 섹스를 할 때는 커다란 봉투를 얼굴에 뒤집어 씌우는 등 배설물과 섹스를 코드로 웃음을 유발하려 한다.
이런 웃음의 매력은 평소에 말하고 싶었던, 그러나 말해서는 안될 것들을 서슴없이 말하는 대목에 있을 것이다.
지체장애인과 흑인에 대한 경멸과 따돌림 등 영화는 ‘막가파’ 식이다.
키넌 아이보리 웨이언스(감독), 마론과 숀 웨이언스(각본)을 맡은 3형제는 마치 한밤중 형제들끼리 둘러 앉아 키득거리며 음담패설을 하는 것처럼 영화를 만들었다.
당연히 그 웃음이 가볍고 역겨울수 있으며, 완성도면에서도 전작보다 떨어진다. 패러디 영화의 속편이란 다그런 것이기는 하지만.
/박은주기자 jup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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