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책 연구기관인 한국개발연구원(KDI)이“한국 경제의 구조개혁이 지연되고 있는 이유는 관료집단의 이기주의 때문”이라는 내용을 담은 연구보고서를 제출했다.26일 관계 당국에 따르면 KDI는 최근 아시아개발은행(ADB)의 의뢰를 받아 작성한 ‘외환위기 이후 한국 경제의 개발정책 변화(The Evolution of Korea’s DevelopmentParadigm)’ 보고서에서 “관료집단이 금융ㆍ기업 구조조정의 책임 떠안기를 회피하고,정치권의 눈치를 살피는 바람에 경제개혁이 지연되고 있다”며 관료집단의 무사안일을 비난했다.
KDI 임원혁(林源赫)연구위원이 대표 집필한 이 영문 보고서는 “관치논란 재연과 법정분쟁에 휘말릴 것을 우려한 관료집단이 기업 구조조정에 개입하는 것을 기피,대신 ‘은행을 통한 구조조정’이라는 논리를 내세웠다”고 지적했다.
보고서는 “그러한 정부의 방임으로 인해 대부분의 국영 금융기관들은 부실기업의 과감한 정리보다는 단기적 이익을 위해 부도유예와 워크아웃을 남발해 구조조정을 지연시켰다”고 설명했다.
임 연구위원은 “정부가 금융시스템 안정을 명목으로 오히려 부실기업에 대한 금융지원을 강화했다”며 “이는 당장의 부도사태를 막으면서,멀쩡한 기업을 죽였다는 비난을 회피하는 미봉책으로 결국 관료집단의 이해와 맞아 떨어졌다”고 주장했다.
금융분야에서도 관료들의 몸사리기 때문에 본질적 개혁 없이 100조원이 넘는 공적자금이 투입됐다는 것이 이 보고서의 주장이다.
KDI는 “관치금융과 금융기관에 대한 부실 감독으로 위기를 초래했다는 비난을 받은 관료조직이 과거의 나쁜 관행을 고치기 보다는 100조원이 넘는 공적자금을 투입하는 방법으로 문제를 덮어버렸다”고 지적했다.
KDI는 “기업지배구조와 금융부문의 문제 해결을 지연시킬 경우 경제전반의 투자효율성이 높아질 수 없다”며 과감한 경제개혁을 주문했다.
조철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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