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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란의 조국' 중국을 향한 냉소와 조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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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란의 조국' 중국을 향한 냉소와 조롱

입력
2001.11.2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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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현대미술의 전위적 성향은1989년 톈안먼(天安門) 사태 이후 두드러지기 시작했다.민주화를 요구하는 학생, 노동자, 시민들을 계엄군이 탱크를 앞세워 유혈 진압한 이 사건으로 중국 사회의 분위기는 급격히 얼어붙었고, 작가들은 ‘냉소’와 ‘허무’를 그들의 언어로 채용했다.

팝 아트나 표현주의 양식을 통해 자신들의 무기력과, 사회주의와 자본주의 사이에서 우왕좌왕하는 조국의 현실을 신랄하게 비판하기 시작한 것이다.

28일~12월 11일 서울종로구 관훈동 갤러리 아트사이드(02-725-1020)에서 열리는 ‘중국 아방가르드 작가 5인전’은 이러한 중국 전위미술의 현주소를 극명하게 보여주는 전시회다.

저우춘야(周春芽ㆍ46), 왕광의(王廣義ㆍ44), 유에민쥔(岳敏君ㆍ39), 쩡하오(曾浩ㆍ38), 쩡판즈(曾梵志ㆍ37) 등 참여 작가들의 그림은 신선하고 진보적이며, 냉소적이고 섬뜩하다.

전시작은 1인당 5점씩 25점.

냉소적 기질이 가장 강한 작가는 유에민쥔이다. 99년 제48회 베니스 비엔날레에 중국 대표작가로 참여한 그는 크게 웃고 있는 자신의 얼굴을 과장해 보여줌으로써 중국의 현실을 조롱했다.

복제된 인간 7명이 동시에 웃고 있는 ‘금자탑’(2001년 작), 사람 얼굴 위로 빨간 풍선이 무더기로 올라가는 ‘무제2’(2000년작) 등 그의 작품 속의 ‘웃음’은 체제에 의해 강요된 ‘쓴 웃음’임이 분명하다.

45회 베니스 비엔날레 참여 작가인 왕광의는 마릴린 먼로가 등장하는 미국 스타일의 팝 아트를 연상시킨다.

70년대 중국의 정치선전용 포스터에 ‘Zippo’ ‘Dior’ ‘LG’ ‘VISA’ 등 세계화한 자본주의 상품 이름과 기업로고를 혼합함으로써 사회주의와 자본주의를 실감나게 대비했다.

중국 노동자들의 거친 삶을 굵은 선으로 표현한 목판화 속에 한국 LG 그룹 로고가 자리잡고 있는 2001년 작 ‘대비판(大批判)’이 눈길을 끈다.

96~97년 유럽순회전을 가진 저우춘야도 주목할 만한 작가다. 초록색 셰퍼드의 음부와 입을 붉게 칠함으로써(2001년 작 ‘초록개 18’) 천박한 자본주의적 욕망으로 꿈틀대는 중국의 현실을 비아냥거리고 있다).

유화물감을 동양화의 먹처럼 빠르고 강렬하게 운용하는 기법도 독특하다.

이밖에 쩡판즈는 투명한 가면을 쓴 인간들의 모습을 통해 인간과 국가의 이중성을, 쩡하오는 미니어처처럼 표현한 거실 풍경을 통해 사회로부터 소외된 인간의 현실을 고발했다.

특히 올해 벨기에, 노르웨이, 프랑스에서 전시회를 가진 쩡하오는 텅 빈 거실 속에 멀뚱하니 서 있는 남녀의 모습(2000년 작 ‘1월 29일 오후 7시’)을 매우 실감나게 그려 관심을 끈다.

한편 저우춘야는 28일 오전 10시 이화여대 박물관에서 갤러리 아트사이드 주최로 열리는 ‘중국 현대미술의 현장’ 세미나에서 주제발표를 한다.

자본주의적 삶으로 치닫는 중국의 현실을 그린 왕광의의 2001년 작 ‘대비판(大批判)’(세로150㎝, 가로 150㎝).

김관명기자

kimkwm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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