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이 그간 벼러왔던 신승남 검찰총장의 국회 법사위 출석 결의를 26일 유보한 것은 교원정년 연장안의 표결처리에서 비롯된 '수의 정치'에 대한 비관 여론을 의식한 것으로풀이된다.이재오 총무등 당 지도부는 오전 회의에서 "신 총장의 국회 출석을 위해 표결이 불가피하다"면서 신 총장이 국회출석을 거부하는 것은 국회를 기만하고 국민을 우롱하는 행위"라고 완강한 입장을 고수했다. 그러나 오후 들어 총재단 회의등에서 "여당의 반대 속에 신 총장의 출석 표결을 강행하는 것은 또다시 무리수를 두는 것"이라는 걱정들이 흘러나왔다. 핀란드를 방문 중인 이회창 총재도 "원칙을 고수하되 여당과 협의처리하라"는 지침을 전해왔다.결국 이 총무는 여야총무회담에서 "법사위의 양당 간사간에 협의해 처리하도록 한다"는 데 합의,기존 입장을 누그러뜨렸다.
그러나 한나라당의 입장은 다소 어정쩡한 후퇴로 보인다.여론을 의식,전술적인 후퇴를 했지만 신 총장의 출석 요구 방침을 완전히 접은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한나라당의 행보에는 여야 협의를 내세워 '명분쌓기'를 하는 동시에 여론의 추이를 지켜볼 시간을 벌자는 뜻도 함축되어있다. 법사위 소속 한나라당 의원들은 이미 검찰총장 출석 건과 다른 법안 처리를 연계키로 하는 등 여당을 압박하고 있다.한나라당은 28일 다시 소집되는 법사위 전체회의에서 신 총장의 출석결의안의 표결을 상정할 방침이다.그러나 야당이 원하는 '여야간에 합의처리'모양새는 만들어지기 어려운 상황.이 총무는 "28일 상황을 보고 또 생각을 해야겠다"며 고심하고 있음을 내비쳤다. 한나라당은 검찰총장 탄핵안으로 바로 옮겨가는 방안도 저울질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자민련 법사위 의원인 김학원총무가 "사전에 자민련과 협의하지 않았다"며 "이재오 총무가 사과하지 않을 경우 법사위에 불참하겠다"고 몽니를 부리고 있는 점도 한나라당이 표결을 강행하는 데 걸림돌이 되고 있다.
이태희 기자
■민"한나라 시간벌기 속셈"
민주당은 한나라당이 법사위에서 신승남 검찰총장 출석 요구에 대한 표결을 강행하지 않는 등 태도가 다소 애매해진 것을 '고육지책'이라고 보고 있다.
즉 교육공무원법 개정안과 검찰총장 국회 출석 문제에 있어서 한나라당의 기본적 입장이 바뀐 것은 아니지만 여론이 악화하는 상황을 고민하지 않을 수 없게 됐다고 보는 것이다.
이상수(李相洙) 총무가 "한나라당이 물러선 것으로 보지 않는다"면서도 "한나라당이 표결을 원한다면 단독 처리하는 모양새를 감수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여기에는 한나라당이 여당이 배제된 상태에서 단독으로라도 표결을 강행하고 싶어도 '거대 야당의 오만'이라는 비판을 의식, 실제로 감행하기에는 부담이 적지 않을 것이라는 판단이 깔려 있다.
이낙연(李洛淵) 대변인도 "야당의 태도를 지금 입장선회라고 평가하기에는 이르다"며 공식논평은 삼간 채 "야당도 당론과 여론 사이에서 고민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며 이회창 총재의 귀국을 기다려야 하는 사정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같은 유보적 평가 때문에 민주당의 기조는 여전히 검찰총장의 국회 출석등을 요구하는 한나라당을 강도 높게 비판하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
민주당 이명식(李明植) 부대변인은 "이회창 총재가 외국에서 '원칙대로 하라'고 지시한 것에 주목하지 않을 수 없다"면서 "비록 여당과 협의하라는 단서를 달기는 했지만 아직도 오만한 태도를 버리지 못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민주당의 또 다른 관계자는 "이 총재가 모처럼 야당 외교를 위해 외국을 방문하면서도 국내 현안에 대해 사사건건 지시를 하고 있다"면서 "이러한 상태에서는 한나라당 총무 등의 협상 재량권을 믿을 수가 없다"고 불신감을 드러냈다.
때문에 이날 민주당 대변인실에서는 법사위에서의 검찰총장 출석요구 표결 불발에 대한 어떠한 논평도 내지 않았다. 아직은 한나라당의 속셈을 더 지켜봐야 한다는 계산을 하고 있는 것이다.
고태성기자
tsgo@hk.co.kr
■자"민·한 이면합의 의심"
자민련이 26일 신승남 검찰총장의 국회 출석 및 교원정년 연장안 처리에 대해 한나라당이 시간 끌기를 하고 있다는 의혹을 제기하며 강하게 불만을 터뜨렸다.
법사위 소속인 김학원(金學元) 총무는 이날 오후 기자간담회를 자청, "한나라당 이재오 총무가 검찰총장 출석과 교원정년 연장안 처리문제 만큼은 3당 총무회담을 열어 상의하겠다고 약속해 놓고 실제로는 양당총무끼리만 협의했다"며 이 총무의 약속위반을 비난했다.
김 총무는 "양당 총무끼리 이면합의가 없었는지 의심스럽다"고 비난하며 "이 총무가 사과하고 재발방지를 약속하지 않는 한 법사위에 참석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법사위는 전체 15명 중 민주당과 한나라당이 각 7명으로 동수여서 김 총무가 표결의 캐스팅 보트를 쥐고있다.
김 총무가 불참할 경우 한나라당은 여당이 반대하는 검찰총장 출석요구안 처리가 불가능하다.
자민련측은 "두 안건의 처리를 놓고 막판에 미적거리는 한나라당과 상황에 따라 태도가 표변하는 이 총무에 대한 공개 경고"라고 말했다.
이동국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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