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사코(雅子) 황태자비의 출산 예정일이 임박함에 따라 여성은 왜 천황이 될 수 없느냐는 일본의 해묵은 논란이 재연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4월 임신사실이 공표된 직후부터 비등해진 논란은 새 황손이 남자 아기일가능성이 큰 것으로 알려진 이후에도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일본 헌법2조는 ‘황위는 세습하며 국회가 의결한 황실전범의 규정에 따라 계승한다’고 규정하고 있으며 황실전범 1조는 ‘황위는 황통에 속하는 남계(男系)의남자가 계승한다’고 못박고 있다.
이대로라면 혹시라도 마사코비가 여자 아기를 낳을 경우 할아버지 아키히토(明仁)천황이나 아버지 나루히토(德仁)황태자의뒤를 이를 수 없다.
여성단체를 비롯한남녀 평등론자들은 이런 황실전범이 헌법 14조의 남녀 평등 정신은 물론 여성의 왕위 계승권을 인정하는 세계적 추세와도 어긋난다고 지적하면서 그개정이 일본 사회의 뿌리깊은 남성 우월주의를 시정하는 데 도움이 된다고 주장하고 있다.
정치 지도자들도이런 주장에 상당한 공감을 표하고 있다.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 총리는 “개인적으로는 여성이 천황이 돼도 좋다고 생각한다”고 밝혔고 야마사키다쿠(山崎拓) 자민당 간사장도 저서 ‘헌법개정’에서 “최근의 사회 변화를 감안하면 여성 천황을 인정할 수 있다”고 밝혔다.
나카소네 야스히로(中曾根康弘)전 총리는 “국민의 의견에 따라야 한다”고 중립적인 입장을 보였다.
그러나 황실의문제는 현상 유지가 최선이라는 분위기가 여전히 지배적이어서 정치인들이 선뜻 황실전범 개정에 나서기는 어렵다. 자민당은 늘 ‘현재로서는 황실전범개정 계획이 없다’는 태도에 머물고 있다.
학계에서는 인정되지않고 있지만 2,600년이라는 일본 황실의 역사상 125명의 천황 가운데 여성은 8명이 있었으나 모두후임 천황을 결정하기까지의 과도적 지위에 지나지 않았다.
도쿄=황영식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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