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한국시론] '數의 정치' 되풀이 말길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한국시론] '數의 정치' 되풀이 말길

입력
2001.11.26 00:00
0 0

여야관계가 흥미롭게 변화하고 있다.야당인 한나라당이 정국운영의 주도권을 잡아가고 있는 반면 여당인 민주당은, 대통령의 당적이 탈까지 더해, 상당히 수세적인 입장이 되었다.

이 모두 한나라당이 지난 10월 25일재보선의 승리를 통해 독자적으로 과반수에 근접하는 국회 의석을 확보하면서 나타난 변화이다.

의회에서 정부를 구성하게 되는 내각제와는 달리, 대통령제에서는 대통령과 의회 모두 각각별도의 선거를 통해 국민의 직접적 위임을 받는다.

이를 두고 이중적 정통성(dual legitimacy)을 갖는다고 하는데, 대통령제에서 이들 두 기구간의 관계가 어떻게 유지되느냐에 따라 국정운영의 모습은 크게 달라지게 된다.

의회와 행정부 모두 국민들로부터 직접 위임받은 정통성을 갖는 만큼 이들 두기구가 서로 적대적인 관계가 된다면 정국은 경색되고 국정은 파행으로 치달을 수밖에 없다.

따라서 의회를 장악한 정당은 이미 제도적으로 국정운영의 한 축을 담당하게 되는 것이다.

따라서 얼마 전 경제부총리를 비롯한 행정부의 장관들이 한나라당 의원들을 찾아가 정책 협의를 하고 협조를 구했던 일은, 의회를 장악함으로써 이제 한나라당이 제도적으로 주어진 국정운영의 한 축을 담당하게 되었음을 잘 보여주는 일이었다.

이와같이 높아진 정치적위상을 기반으로 한나라당이 보여주는 자신감과 정국주도의 모습은 여러곳에서 확인된다.

최근 한나라당은 김대중 정부가 교육개혁의 일환으로 단축한 교원 정년을 63세로 다시 연장하겠다고 나섰다.

이미 교육위원회에서는 야당의 수적우위가 확인되었고 본회의에서도 한나라당이 마음만 먹으면 법안의 통과는 그리 어려워 보이지 않는다.

그런데 한나라당이 정국 주도의 첫 작품으로 교원정년을 연장하는 법률개정을 추진한 것은 그리 적절한 정치적 선택으로 보이지는 않는다.

김대중 정부의 교육 정책에 대한 국민들의 불만이 높은 것은 사실이지만 그것은 학생들이 받는 교육의 질이나 교육여건에 보다 직접적으로 관련된 사항이며, 교원 정년의 문제가 중요한 것이기는 해도 그것이 교육환경의 개선을 위해 제일 먼저 서둘러 해결해야 할 핵심적인 사안이라고 볼 수는 없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학부모들을 비롯한 일부 반대 여론에도 불구하고 한나라당이 계속해서 정년연장을 고집하는 것은 내년 선거를 앞두고 조직화된 집단의 표를 의식한 까닭 때문이 아닌가 하는 오해를 살수도 있을 것이다.

축구와 같은 운동 경기에서도 그러하지만, 정치에서도 주도권을 갖는다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그러나 한 가지 명심해야 할 점은 정국의 주도는 수만 가지고 되는 일은 아니라는 점이다.

얼마 전까지 김대중정부의 정국 운영방식을 두고 '수의 정치'에만 의존하고 있다고 비판했던 야당의 지적이 여론의 공감을 얻었던 것은, 바로 '수'가 정치적 결정을 내리는데 있어서 모든 것이 될 수 없다는 국민들의 시각을 잘 보여주는 일이었다.

이런 점에서 볼 때, 교원정년 연장에 대한 사회적 합의를 이끌어내려 하기 보다 수의 우위를 믿고 무리하게 이에 대한 개정을 추진하는 것은 과거 스스로 비판하였던 '수의 정치'를 이제 야당이 마찬가지로 재현하고 있다는 비판을 모면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김대중 대통령이 당적을 버렸고 야당인 한나라당이 의회를 지배하게 된 새로운 정치 환경에서 국민들은 과연 우리 정치가 어떻게 변화할 것인지 기대와 궁금증을 가지고 바라보고 있다.

권한이 늘어나면 그 만큼 책임도 커지고, 무엇보다 그것을 지켜보는 국민들의 평가도 매서워진다는 점을 정치인들은 잊어서는 안될 것이다.

/강원택 숭실대 정외과 교수 정치학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