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04년 11월26일 카스티야 왕국의 여왕 이사벨1세가 53세로 작고했다.카스티야는 마드리드와 바야돌리드를 중심으로 한 스페인 중앙부다. 이사벨1세는 영국의 엘리자베스1세에 비견되는 스페인의 영명한 군주다.
1474년에 즉위한 그녀는 남편인 아라곤(사라고사를 중심으로 한 스페인 북동부) 왕세자 페르난도가 1479년에 아라곤 왕국의 왕이 되자 스페인을 통일했고,그 이듬해부터 1492년까지 남진을 계속해 이베리아 반도 남부의 이슬람교 국가인 그라나다 왕국을 멸망시켰다.
이로써 기독교도들이 이슬람교도들에 맞서 800년 가까이 수행한 국토회복운동(레콘키스타)이 마무리됐다. 이 해는 이사벨1세의 원조를 받은 콜럼버스가 아메리카 대륙의 한 섬에 도착한해이기도 하다.
이사벨1세는 왕 직속군의 정비와 세제 개혁을 통해 귀족의 힘을 약화시킴으로써 근대적 중앙집권 국가의 기초를 닦았고, 궁정 학교를 설립하고 저술을 지원하는 등 문화진흥에도 힘썼다.
그러나 그녀는 가톨릭 신심이 지나쳐 종교재판을 도입하고 유대인을 추방해 스페인을 유럽에서 가장 보수적인 종교국가로 만들기도 했다.
이사벨 1세가 멸망시킨 그라나다 왕국은 유럽에 남아있던 마지막 이슬람 왕조였다.그 이슬람인들이 세워놓은 알함브라 궁전은 지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건축물 가운데 하나다.
알함브라 궁전만이 아니라 그라나다는 도시 전체가 꿈결같다.이 도시가 낳은 가장 유명한 시인일 페데리코 가르시아 로르카가 고향에 바친 시.
“그 빛깔은 은색, 진한 초록빛/ 라 시에라, 달빛이 스치면/ 커다란 터키 구슬이 되지/ 실백편나무들이 잠 깨어/ 힘없는 떨림으로 향을 뿜으면/바람은 그라나다를 오르간으로 만들지/ 좁다란 길들은 음관이 되고/ 그라나다는 소리와 빛깔의 꿈이었다네.”
고종석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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